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30일 (화)
전체메뉴

깊은 골짝에 쏟아지는 짙은 가을빛

지리산 피아골 단풍여행
천년사찰 연곡사부터 계곡 따라 산 오르면

  • 기사입력 : 2008-10-30 00:00:00
  •   

  • 지리산 피아골을 찾은 등산객들이 울긋불긋 물든 단풍나무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리산 피아골 단풍



    지리산 연곡사로 들어서는 길.

    간밤에 한파가 다녀간 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길가의 가로수에서부터 먼 발치의 앞산까지 모두 단풍으로 붉게 물들고 있다.

    이른 녀석들은 벌써부터 낙엽을 흩날리며 겨울을 재촉하기도 한다.

    온 세상이 단풍으로 물드는 계절이다. 이번 주말 ‘지리산 피아골’을 찾아 제대로 된 단풍 구경 한번 해보면 어떨까.

    산도 붉고(山紅) 물도 붉게 비치며(水紅) 사람들로 붉게 물든다(人紅) 하여 삼홍(三紅)으로 알려진 ‘지리산 피아골’에서 가족·연인들과 함께 멋진 추억을 만들어보자.

    특히 이번 주말 단풍축제가 있다고 하니 길을 나서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피아골은 지금 산 정상에서부터 핏빛이 흘러내리고 있다.

    섬진강을 굽이굽이 따라 난 벚꽃 백리길 위를 달리다 보면 매년 봄마다 눈꽃을 휘날리던 벚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며 벌써부터 겨울을 맞을 채비로 한창이다.

    이런 을씨년스런 풍경은 단풍 구경에 앞서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피아골의 단풍 구경 시작은 천년사찰 연곡사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올해는 날이 가물어서 단풍이 예년만 못하다는 평도 있지만, 그래도 피아골 단풍이다.

    계곡을 따라 골짜기로 들어서면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와 빨갛고 노랗게 물든 풍광은 단풍의 바다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계곡에서 바라본 산 정상은 마치 온 산이 뽀글뽀글 컬러 파마를 한 듯하다.

    지리산 10경의 하나인 ‘피아골 단풍’. 그 자태와 색깔이 곱고 진해 사람들은 일명 ‘핏빛 단풍’이라 부른다.

    6·25전쟁 당시 피아골은 빨치산과 군인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격전지.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피아골의 단풍이 다른 곳보다 더 붉은 것은 그들이 흘린 피 때문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유학자 남명 조식 선생은 지리산 피아골 단풍의 아름다움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산이 붉게 타니 산홍(山紅)이요, 단풍이 비친 맑은 소(沼)가 붉으니 수홍(水紅)이요, 골짝에 들어선 사람들도 단풍에 취하니 인홍(人紅)이라’고.

    피아골의 어원은 계곡 중간 직전마을이란 지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연곡사에서 2km정도 오르면 직전(稷田)마을이 나온다. 이는 오곡 중의 하나인 식용 피(기장)를 가꾸는 밭, 즉 피밭이 있던 마을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옛날부터 이곳에서 오곡 중 하나인 피를 많이 재배했다는 의미가 바로 피아골의 어원이다. 처음에 피밭곡(稷田谷)이던 것이 피아골로 전화된 것으로 여겨진다.

    피아골 단풍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직전마을에서 연주담, 통일소, 삼흥소까지 이르는 1시간 구간이다.

    계곡을 따라 울긋불긋 오색단풍으로 곱게 단장한 단풍나무들이 등산객을 유혹하고 구불구불 산길을 한 굽이 돌아설 때마다 빨갛고 노란 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맑고 깨끗한 계곡물을 따라 흘러내리는 단풍잎은 마치 한 폭의 그림같다.

    단순히 단풍 구경이 목적이라면 소와 커다란 바위, 단풍이 어우러진 표고막터까지만 가도 충분하다. 하지만 지리산 단풍의 깊은 맛을 느끼려면 삼흥소와 피아골 산장을 거쳐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가 만난다는 삼도봉까지 올라야 제 맛을 볼 수 있다.

    마침 지리산 피아골 단풍축제추진위원회가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지리산 피아골 단풍축제’를 연다.

    연곡사 지구 일원에서 ‘삼홍과 함께하는 오색단풍 여행’을 주제로 열리는 단풍축제는 행사 기간 동안 유명 산악인 초청 전국 등산대회, 단풍숲 100주막, 산속 판화 그리기, 친환경농산물 할인장터 운영 등 다채로운 맞춤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고 있다.

    축제 첫날인 31일 유용 곤충 산업화 발전 방안 수립을 위한 심포지엄, 문척농악공연, 피아골 한마당 장기자랑 등이 진행된다. 둘째날에는 단풍제례, 단풍숲속 음악회, 개막식 피아골 화합 한마당, 산속 캠프파이어가 마련된다. 셋째날에는 지리산 피아골 전국 등산대회, 단풍길 걷기, 단풍 사생대회, B-boy 공연, 국악의 향연, 등산객 장기자랑을 펼친다.

    또 행사장 주변에는 먹거리도 풍성하다. 산수유술, 막걸리에 산채전, 도토리묵, 버섯전골, 산채정식 등 식도락가의 입맛 당기는 향토음식 별미를 맛볼 수 있다.

    ▲연곡사= 543년(백제 성왕 21년)에 화엄사 종주 연기조사가 창건하였으나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으로 소실되었으며, 1981년 3월 1일 당시 주지인 장숭부 스님이 정부지원과 시주로 옛날 법당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화강석과 자연석으로 축대를 쌓아 정면 5칸, 측면 3칸의 새 법당을 신축했다. 이후 복원 불사가 계속되고 있으며 경내에는 동부도, 북부도를 비롯하여 국보 2점과 보물 4점이 보존되어 있다.

    사찰 이름을 연곡사라고 한 것은 연기조사가 처음 이곳에 와서 풍수지리를 보고 있을 때 현재의 법당 자리에 연못이 있었는데 그 연못을 유심히 바라보던 중 가운데 부분에서 물이 소용돌이치더니 제비 한 마리가 날아간 것을 보고 그 자리에 연못을 메우고 법당을 짓고 절 이름을 연곡사(燕谷寺)라 했다고 전한다.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 하동 - 19번 국도 - 12km - 하동읍 - 19번 국도 - 20.8km - 외곡검문소에서 우회전 - 8km - 연곡사

    ▲가볼 만한 단풍산

    - 가야산= 4km에 이르는 홍류동계곡이 유명하다. 계곡 뒤로는 법보종찰 해인사가 자리하고 있다. 백운동 마을의 용기골과 심원골 등 두 개의 등산로에서 단풍을 만날 수 있다.

    - 매화산= 기암괴석과 단풍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매화산. 암봉을 따라 숨바꼭질하듯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이른다.

    - 지리산 뱀사골= 남원에서 토끼봉과 삼도봉 사이의 화개재까지 12km 구간에 화려한 소와 담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오룡소와 탁룡소, 병풍소를 지나 간장소까지 단풍이 절정이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준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