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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0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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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길림성에 항일무명영웅기념비 세운 오효정씨

“한국 관광객 많이 찾아주세요”
지난 2002년 사비 5억 들여 건립 … 내년 1월 하와이서 동판 제막도

  • 기사입력 : 2008-11-21 16: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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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항일무명영웅기념비를 관리할 생각입니다.”

    지난 7월 중순 중국 길림성 연변대학 내 북산공원에 자리한 항일무명영웅기념비를 참배하고 돌아온 오효정(65·전 태화건설 회장)씨를 지난 14일 진주시 평거동 주민센터 2층 열린도서관에서 만났다.

    오씨는 일제 강점기 중국에서 일제에 저항하다 쓰러져 간 5만명의 무명 영웅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사비 5억원을 들여 지난 2002년 8월 8일 이곳에 ‘항일무명영웅기념비’를 세우고 추모공원을 조성했다. 그후 해마다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곳을 찾아와 주변 청소를 하고 관리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비를 털어 관리인을 두고 있지만 올해도 이곳을 찾아 비문 글씨에 다시 금물을 덧칠하고 주변 화단을 정리하는 등 1주일 정도 머물다가 돌아왔다.

    그는 “제가 세운 것이지만 이 비문 앞에 서면 언제나 가슴이 떨린다”며 “그러면서 마음 한편에는 관광 시즌인 이맘때면 백두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지 않는 것이 못내 애석하다”고 말했다.

    “백두산을 가려면 꼭 연길을 거쳐야 하는데 연길시내에서 연변대학까지는 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극히 드물다”며 그는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하며 자신의 속상한 심정도 털어놨다.

    “몇해 전 경북 구미에서 왔다는 초등학생들이 서안관광을 하더군요. 연길이나 지안을 가서 광개토대왕비와 항일무명 영웅비를 찾아야 하는데…. 절대 내가 이 비를 세웠다고 그러는 게 아닙니다. 민족관과 국가관이 없으면 이 나라는 망합니다. 나라가 없는데 경제가 무슨 소용입니까.”

    이 비를 세우기 위해 그가 들인 노력이나 고생은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힘겨웠다고 한다.

    “아침에는 허락해 준다고 했던 연변자치주 당국자들이 저녁이면 안 된다고 말을 바꾸는 일은 다반사였고, 사사건건 일을 방해해 그럴 때 마다 값비싼 선물과 음식 접대, 돈을 건넸다”는 그는 기념비를 세우기 위해 돈을 건넸지만 아깝지 않았다고 한다.

    국가관이 투철한 그는 최근 건강이 좋지않아 그동안 소장하고 있던 1만여권의 책을 지난 3월 자신이 살고 있는 평거동 주민자치센터에 기증, 조그만한 도서관을 마련해 매일같이 이곳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는 “주민들이 남편과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할 일이 없을 것 같아 작은 도서관을 마련하게 됐다”며 “지역 주민들이 이곳에서 책을 보며 좋은 생각을 많이 했으면 하는 것이 작은 바람이다”고 도서관 마련 배경을 설명했다.

    오씨는 “하와이에 가면 6·25 참전 전사자 9000여명이 잠들어 있는 미국립묘지가 있는데 유독 한국인들이 만들어 놓은 동판이 없다”는 그는 내년 1월께 이곳에 자신이 사비를 들여 만든 동판 제막식을 지인들과 함께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경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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