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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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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칼럼] 우리가 자녀에게 물려줘야 할 것

“남을 돕는 일이 나를 돕는 일이라 생각하게 만들어야”

  • 기사입력 : 2009-01-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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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언론에 특이한 기사가 게재된 적이 있다. 대기업 오너의 자녀는 평균 30대에 임원이 되며, 이후 28개월마다 승진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급속히 악화되는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재벌가의 승계 작업에 더욱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예측한다고 한다.

    이런 기사를 보면 솔직히 부럽다는 생각도 들면서, 가장 먼저 집에 있는 아들 녀석이 생각이 난다. 평소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자식들은 어려운 일들을 스스로 겪어야 한다며 큰소리 치고 다녔지만, 나는 나중에 아들 녀석에게 얼마나 물려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보니 아들에게 큰 금액은 못 물려줄 것 같았다.

    한 달 월급이라고 해봤자 뻔하고,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은 내 아들에게 돈 걱정 안하면서 살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괜히 아들에게 미안해진다.

    그렇다면 돈 말고 뭘 물려줄 수 있을까? 돈이 안 된다면 다른 것이라도 물려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자녀들에게 진정으로 물려주어야 할 것은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인 것이다.

    얼마 전 액션스타 성룡의 전 재산 4000억원 기부에 관련된 기사를 보았다. 성룡이 전 재산을 기부하면서 “아들이 능력이 있으면 아버지의 돈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고 능력이 없다면 헛되이 탕진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사람이 아무 것도 없이 태어난 것처럼 죽을 때도 빈손으로 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말 통 크게 기부를 한다.

    어리석게도, 살아가는 데 돈은 필수지만 가진 돈의 액수가 그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주변을 돌아볼줄 알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 사회가 다함께 잘 살 수 있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미국 최고의 부자 워렌 버핏의 천문학적 기부를 보고 일부 특별한 사람만이 특별한 마음으로 하는 특별한 행동으로 생각하곤 한다. 돈이 많거나 명예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는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작고 다양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소액기부들이 많이 있다.

    체중을 1㎏ 감량할 때마다 쌀 1㎏을 기부하는‘칼로리 기부’나 생일 등 기념일에 소액 기부를 하는 이색 나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직장인의 첫 월급을 기부, 아이들에게 동전 저금통을 나눠주어 동전을 모금하여 어릴 때부터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기부, 자신의 지출이 없이도 마일리지나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기부, 지금은 열기가 식었지만 크리스마스 씰 등 무심코 한 행동들이 기부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부는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누군가를 돕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기부의 길은 열려 있다. 마더 테레사 수녀는 나눔은 우리를 ‘진정한 부자’로 만들어 주며 나누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누구이며 또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내 자녀들이 남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 남을 돕는 일이 나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내가 자녀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들이다.

    배익철(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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