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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의 선생복종(善生福終)

  • 기사입력 : 2009-0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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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환 추기경이 16일 선종(善終)하였다는 뉴스를 접했다. 동양의 큰 별이 떨어진 것으로 다가와 옷깃을 여미었다. 언론에서 선종의 특별한 의미에 대하여는 설명이 없어 조금 안타까웠다. 선종은 유가(儒家)적으로는 선생복종(善生福終)이란 한자성어의 준말로 ‘선하고 착하게 살아가는 도(道)를 행함을 끝마침으로써 복 되게 죽음’이란 의미이고, 가톨릭의 용어로 ‘고해성사를 받아 대죄가 없는 상태에서 죽었을 때’를 의미한다.

    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죽음을 가장 적합하게 표현한 용어다. 일생을 가톨릭의 교리를 쌓아 사는 것에 머물지 아니하고 사회의 큰 문제가 있으면 나서서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또한 동양의 첫 추기경이었기에 가톨릭계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신적 지주였으며 동양의 큰 별이셨다. 국민 모두가 함께 애통해 하고 슬퍼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하여 단순히 슬픔과 애통에 잠겨 있을 것이 아니라 김 추기경의 삶을 본받고 계승하여 새롭게 창달하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각자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서전을 써 보고, 자식들에게 남길 유언장을 써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이웃을 위해, 행복한 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삶을 설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자기의 주장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더불어 이야기하고, 더불어 생각하고, 더불어 결정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동서양과 국가, 종교 신분에 따라 죽음을 나타내는 말은 다양하다.

    동양에서 천자나 왕의 죽음을 ‘붕어(崩御), 안가(晏駕)’라고 하고 백성의 죽음을 ‘사망(死亡) 또는 졸(卒)’이라고 했고, 유가(儒家)에서는 군자(수양이 된 사람)가 ‘도(道)를 행함을 끝마치다’는 의미로 종(終), 소인(수양이 덜 된 사람)은 단순히 ‘사(死)’라고 하고, 도교에서는 선어(仙馭)라고 하고, 불가(佛家)에서는 주로 덕이 높은 스님의 죽음을 열반(涅槃), 스님의 죽음을 입적(入寂)이라 한다. 모두 바람직한 삶의 죽음과 일반적인 삶의 죽음을 구분했다. 차제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각자가 자신의 삶을 설계해 보자. 유종의 미를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석종근(한강전례연구원장, 남명학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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