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04일 (금)
전체메뉴

[신앙칼럼] 화안애어(和顔愛語)의 실천

"부드러운 얼굴과 고운 말 분노와 다툼 잠재우고 자비와 평화 가져오리니"

  • 기사입력 : 2009-03-06 00:00:00
  •   
  • 미국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고,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가 없어서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고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는 끔찍한 연쇄살인사건 등은 사회를 더욱 살벌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복잡한 길거리에서 자칫 어깨라도 부딪치면 험한 얼굴을 만들고, 운전을 할 때 앞차 또는 뒤차의 운전이 자기의 생각과 조금만 다르면 입 밖으로 험한 소리부터 나오는 요즘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마음이 거칠어져 갈수록 ‘화안애어(和顔愛語)’가 일상에서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으면서도 전체에 꼭 필요한 큰 보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량수경’에는 법장보살(法藏菩薩)이 48원(願)을 세우고, 그 본원의 완성을 위해서 여러 가지 수행을 행한 일이 기록되어 있다. 대승(大乘)의 구도자가 행하는 수행의 덕목으로서 일반적으로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지혜(知慧)의 육바라밀(六波羅蜜)을 들고 있다. 법장보살도 이러한 덕목을 수행하는 동시에 공과 자비의 두 가지 덕목을 실천하였다.

    구도자가 실천하는 것은 내용적으로 차원이 높은 것들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들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안색을 부드럽게 하고 고운 말로 이야기하는 것(和顔愛語)이 복덕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어(愛語)라는 덕목은 사섭법(四攝法)이라고 불리는 가르침인 보시(布施) 애어(愛語) 이행(利行) 동사(同事) 안에 들어 있다. 이러한 네 가지는 깨달음의 도를 닦는 덕목인 동시에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도 실천해야 할 것들이다.

    불교에서는 우리들의 행위를 몸(身) 입(口) 마음(意)의 셋으로 나누어 삼업(三業)이라고 부른다. 신체적 행위와 말의 행위, 그리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행위의 세 가지를 일컫는 것인데, 그것들의 근본이 되는 행위는 의업(意業)이다.

    앞에서 말한 ‘부드러운 얼굴’은 신업(身業)에 해당되고, ‘고운 말’은 구업(口業)에 속하는 것이지만, 이 두 가지의 근본이 되는 의업(意業)이 그 뒤에 숨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 의업이란 바로 자비심인 것이다. 불교에서는 자비의 마음을 몸에 지니기 위한 수행 방법으로 자기 자신이 화를 내지 않는 마음을 가지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화안애어는 바로 자비심의 발로가 된다. 소극적으로는 화를 내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이며, 적극적으로는 상대방의 괴로움을 덜어주고 즐거움을 주는 이타행인 것이다. 그러므로 ‘몸과 마음가짐을 부드럽게 하라’고 하는 것도 ‘화안애어’와 같은 뜻에서이다.

    사회가 혼탁하고 거칠어질수록 화안애어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욱더 실천해야 할 덕목이 된다. 그 이유는 내면을 드러내는 험한 얼굴로 화를 내다보면 남보다 내가 먼저 기분 나빠지며, 반대로 온화하고 부드러운 말을 하면 내가 먼저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들 모두가 화안애어를 실천해 나간다면 세상의 분노와 다툼은 잠재워지고, 자비와 평화가 봄 속의 꽃처럼 만발할 것이라고 확신해 본다.

    이갈지 스님(마산 삼학사 주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서영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