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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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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봄 축제에서 찾는 남도의 맛과 멋-정한진(창원전문대 식품조리과 교수)

  • 기사입력 : 2009-03-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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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이 왔다. 춘분이 지나고 완연히 따스한 햇살에 개나리에 벚꽃까지 꽃망울을 터트리니 화사함에 눈이 부시다. 봄날이 왔다는 것은 눈뿐만 아니라 입으로도 느낄 수 있다. 봄 쑥에 봄 도다리로 끓인 도다리쑥국, 그 맛을 보아야 봄은 온 것이다. 도다리 살의 부드러운 감촉과 향긋한 쑥 내음이 입안 가득 퍼지면 ‘음, 봄이야’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이 시원하고 향긋한 도다리쑥국을 먹을 기회가 그리 흔하지 않다. 바로 지금 이곳, 남도에서만 맛볼 수 있다. 경상도 하고도 남도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바다 생선으로 만드는 국을 보자. 멸치의 치어인 지리멸치와 시래기에 된장을 살포시 풀어 끓인 지리멸시락국, 아주 작고 여린 생선인 뱅어로 맑게 내는 병아리국이라 하는 뱅어국, 시원한 아침을 맞게 하는 졸복국, 가자미미역국, 성게알탕국 등 그리고 또 다른 별미의 생선국들. 남도 바닷가 하면 마른 아귀로 만드는 ‘진짜’ 마산아귀찜, 멸치회, 생선물회는 기본이다.

    바닷가를 벗어나 안쪽 뭍으로 들어가 보자. 진주비빔밥, 진주냉면은 말할 필요도 없고 민물고기 매운탕에 말아내는 어탕국수, 의령의 메밀국수, 단감장아찌, 초피잎장아찌, 하나하나 열거하기에 숨이 차다.

    그런데 그뿐이랴. 시장이나 장터에서 먹어야 제맛이 나는 촌국수, 소가죽에 붙어 있는 기름을 넣어 끓여 애처로워 보일 것 같지만 구수한 창녕의 수구레국밥, 밀양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돼지국밥. 경상도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돼지국밥도 이곳을 벗어나면 거의 만나기 어렵다.

    게다가 배추속대는 멸치젓갈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고, 뼈까지 썰어낸 생선회는 땡초와 마늘을 넣은 된장에 먹어야 그 고소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이곳 남도에서 알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아쉽게도 이곳 밖의 사람들은 이 맛을 잘 모른다. 하지만 그리 서운해 할 것까지 없다. 흔히 거칠고 꾸미지 않은 맛을 탓하는데, 그것은 이 지역 환경과 잘 조화된 자연스러운 맛이라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오히려 이는 자신의 맛을 지키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알릴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지방의 향토음식들은 외지 사람들을 그 지방을 방문토록 하는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그런데 음식의 관광자원화라는 이름 아래 지방 고유의 음식 색깔을 희석시키고 맛을 평준화시키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라도에서부터 경상도에 이르는 남쪽 바닷가에는 꽤 알려진 한식집들이 많다. 한 상도 모자라 접시를 겹쳐 차려 내는 푸짐하고 맛깔스러운 음식에 절로 배가 부르다. 그런데 몇몇 집에서는 남도의 맛이라고 할 수 있는 젓갈과 장아찌를 찾아볼 수 없다. 마요네즈를 올린 샐러드와 뜨거운 철판에 얹은 치즈옥수수를 보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찾아오는 관광객의 입맛을 친절하게 ‘배려’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멀리서 찾아오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안다면 그렇게 할 수 없다. 지방의 ‘음식 경제’를 강화하고 관광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지방 음식 고유의 ‘맛깔’을 살리고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

    진해 군항제가 시작된다. 올해도 흐드러진 벚꽃을 만끽하러 멀리서 많은 이들이 찾아올 것이다. 통영국제음악제도 열린다. 아름다운 항구도시에서 남도의 봄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보기 드문 축제이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남도의 맛을 찾을 게 당연하다. 그때 여느 바닷가에서나 찾을 수 있는 음식으로는 남도의 맛을 제대로 알릴 수 없다. 예를 들어 멍게나 해초를 넣은 비빔밥에 곁들인 맛난 생선국, 정구지와 해산물에 방아잎을 살짝 넣고 지진 해산물 전, 반찬으로 멍게김치·전복김치·볼락무김치·해삼통지짐·전복장아찌·파래장아찌가 있다면 남도 맛이 입안 가득 찰 것이다. 이 밖에도 ‘남도스런’ 음식은 너무나 많다.

    자치단체마다 여는 떠들썩한 음식축제가 많다. 하지만 음식축제 하나만으론 부족할 때가 많다. 그런데 여기 음식과 자연 그리고 문화가 만나는 이 화사한 남도의 봄 축제는 진정 남도의 맛과 멋을 널리 알릴 너무나 좋은 기회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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