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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이제 길의 묘미를 찾아서 나설 때 - 조정래 (함안군 홍보담당 주사)

  • 기사입력 : 2009-06-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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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야흐로 걷기가 대유행을 맞이할 것 같다.

    부산시는 지난 6월 7일 ‘걷고 싶은 도시’ 선포식을 갖고 보행환경 개선과 그린웨이(Green Way) 조성을 추진하면서 118곳의 해안길, 강변길, 숲길을 만들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월 31일 삼남대로와 영남대로 등 서울로 가는 옛길 가운데 역사, 문화 등 주제별로 나눠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탐방로 7개를 지정했다.

    강진의 남도유배길, 소백산 자락길, 강화 둘레길, 삼남대로 따라가는 동해 트레일, 섬진강을 따라가는 박경리의 토지길, 고인돌과 질마재를 따라 100리길, 여강을 따라가는 역사문화체험길이 그것이다. 이미 제주도의 올레길은 유명 상품이 된 지 오래다.

    문화가 있고 생태가 보존된 탐방로를 만드는 것은, 그래서 자연을 호흡하면서 걷게 하는 것은, 되돌아보면 여운이 남는 추억을 만들게 하는 것은 삶에 찌든 현대인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정책이다.

    녹색성장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요즘 살아 있는 환경에 이야기를 담은 좋은 길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녹색성장을 이루는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길을 따라 걷는 것은 마음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그래서 거기에는 낭만이 있고 사랑이 있고 자신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운동화 한 켤레의 대가로 얻는 것이 너무 많은 듯하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인류가 탄생했으니.

    이제 길의 묘미를 찾아서 끈부터 조이고 모자 눌러 쓰고 나서야 할 때인 것 같다.

    울창한 산림을 걷는 숲길도 좋고, 파도가 넘실대는 해변을 따라가도 좋고, 억새가 바람결에 춤추며 일렁이는 강변도 좋고 어떤 때는 아스팔트를 하염없이 걷는 것도 재미있다.

    걷는 것이야말로 바로 행복이 아니겠는가?

    인생에 의미를 더해 주는 그 많은 길 중에 독특한 길이 있다.

    전국에서 가장 긴 뚝방을 가진 함안군이 52.5km의 그린웨이를 조성하고 있는데 뚝방과 남강의 언저리를 걷는 길이 그것이다.

    갓 심은 벼가 물속에 찰랑이는 드넓은 들판. 왜가리와 꿩이 날고 꽃과 나비가 춤추는 뚝방. 서로 푸름을 자랑하는 억새와 갯버들. 세월의 빠름을 나무라며 유유히 흐르는 강물. 아낌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모래사장.

    꽃과 녹색의 향연이니 진정 그린웨이라 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군대 간 오빠를 대신하는 처녀뱃사공의 사연이 있고 새벽에는 물안개가, 저녁에는 노을이 아름다움을 더하니 어찌 가슴이 트이지 않으랴●

    걷는 것은 삶을 충전하는 것,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희망을 채우는 것이다. 그 걷기에다 길이 품격을 더해 준다면 인생은 더없이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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