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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韓·美 여야 정치싸움 견주어 보자- 윤한신(전 마창진 합천가회 향우회장)

  • 기사입력 : 2009-07-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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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도 집권여당이 야당이 되고 야당이 집권여당이 됐다. 어찌 보면 한국과 의논한 것처럼 정치판이 짜여 있다. 얼마 전 미국의 뉴스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싸움으로 시작하여 여야가 설전으로 시작하고 심기일전으로 있는 힘을 다해 자기네 당이 옳다고 주장한다. 경기 부양법안, 재정적자, 세금, 예산, 건강보험, 이라크·아프카니스탄 전략 등 모든 국정현안에 사사건건 정치싸움이다. 그런 사항은 정책싸움이 아니라 여야 감정싸움이다.

    현재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얼마 전 한 공화당 집회에서 유명한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가 오바마가 실패하기 바란다고 고함치며 퍼부었다고 한다. 더 한층 놀라운 것은 군중들의 열광적인 환호였다. 공화당 하원의원 일부는 우리는 반군처럼 싸워야 한다고 천명하였고 공화당 전당대회 의장선거에 출마한 어떤 사람은 오바마를 니그로라고 부른 노래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렇게 여야로 갈라져 있는 미국이지만 보좌관들이 국회의원의 팔을 부러뜨리거나 툭하면 몇백명씩 모여 부수고 난장판을 만드는 한국의 여야 국회의원처럼 싸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에는 있는데 한국엔 없는 것이 두 가지가 있고 그 반대로 두 가지가 있다. 미국에는 있는데 한국엔 없는 것이 여야간 중간이다.

    얼마 전 오바마가 제출한 경기부양 법안 표결 때 미국 상·하원 전체에서 단 3명의 야당(공화당)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3명이면 야당의원의 2%도 안되지만 그들이 없었으면 법안통과는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법안 통과 실패를 생각하면 이 중간파 2%는 여야 싸움이 파국으로 가는 길을 막은 것이다. 미국에는 있지만 한국엔 없는 또 하나가 ‘법’이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이던 시기, 그 인기가 천하를 뒤흔들 때 미국 검찰은 오바마의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직을 팔아 넘기려 한 주지사를 몰래 조사하고 있었다. 그는 오바마 진영과 여러 인연으로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 조사가 오바마 진영을 곤경에 빠뜨릴 뻔했지만 미국 검찰은 눈치 보지 않고 소신있게 임했다.

    미국 남부의 한 도시에서 축제가 있었다. 흥에 겨운 고등학생이 버스창문 밖에 몸을 반쯤 내놓고 소리를 질러댔다. 황소 같은 경찰관 한 명이 그 아이의 목을 잡고 차 밖으로 끌어냈다. 발로 아이의 등을 밟고 손으로 아이의 팔을 돌리고 아이에게 계속 고함을 쳤다. 이것이 지도의 방법이다. 앞으로 이런 짓을 하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 같았으면 인권탄압이라고 세상이 시끄러울 것이다. 밤이 깊어지자 경찰차들도 도시 골목길을 돌며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마다 해산을 명령했다. 해산 명령은 두 번 이상 반복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두말없이 흩어져 버렸다. 법이 말뿐이 아니라 실천하는 법이다. 한국에는 법은 있어도 있으나 마나하다. 길거리 난장판 여야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엔 있는데 미국엔 없는 것은 지역감정이다. 지역감정은 여야 싸움과 아무런 관계 없는 일반 국민들까지 여야 싸움에 참가하게 만든다. 정치인들이 합리와 이성을 발휘할 여지가 없어지고 여야간 완충지대는 꿈도 꿀 수 없다.

    한국에는 있지만 미국엔 없는 또 하나는 미국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는 언론이다. 미국 언론이 아무리 정파적이라고 해도 터무니 없는 소리는 하지 못한다.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도 없는 현상일 것이다.

    윤한신(전 마창진 합천가회 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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