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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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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선생님들, 매를 듭시다- 이선호(논설고문)

  • 기사입력 : 2009-09-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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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을 쓰려다 보니 화부터 치민다. 학교가 어떤 곳인가. 가르침과 배움을 나누는 곳이 아닌가. 거기에는 최소한의 존경과 신뢰가 깔려 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작금에 교내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서울 성동구의 한 학교에서 남학생이 여교사에게 ‘누나 사귀자’고 한 것이나, 네티즌 사이에 이미 퍼질대로 퍼진 동영상에 ‘선생님 꼬시기’란 제목을 단 것은 갈 데까지 간 게 아닌가. 경기도의 한 여중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건은 또 어떤가. 쌍시옷이 들어가는 욕을 하고 발길질도 모자라 교사의 머리채까지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도 손거울로 여교사들에게 장난을 친 학생들이 있긴 했다. 시대가 변해도 반항아는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도 문제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전교조까지 나서 친밀감 수준을 넘은 성희롱과 다름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서울시교육청은 동영상 속 학생들의 행동이 악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는 으레 들어왔던 풍월만 읊는다. 우리 사회도 그렇다. 일회성 해프닝쯤으로 여기고 반짝 흥분했다 사그라든다.

    여기서 교실 붕괴니 학교 붕괴니 극단적인 말은 쓰고 싶지 않다. 문제는 교권침해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교과부나 교총 등에서 발표한 자료도 수치상 다소 차이가 있지만 매년 급증하고 있다는 데는 일치한다. 학교가 왜 지경이 됐는가. 선생님에게 ‘계급장 떼고 맞장 뜨자’는 영화(두사부일체) 속 대사가 판을 치는 현실이니 학교도 사회도 둔감해진 건가.

    학교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번과 같은 사건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 많은 선생님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하기야 어설프게 손을 댔다가는 학생이 단박에 부모에게 고자질을 하고 부모들은 학교에 찾아와 삿대질을 하는 터에 선생님들도 움츠러들 만하다. 관계당국에 알려봤자 오라 가라 귀찮기만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덮어두는 게 상책일 수도 있다. 법적 대응을 했다가는 자신의 주머니 돈을 털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학교의 현실을 애써 외면한다면 선생님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처사다.

    교직은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의 하나다. 여교사는 청혼 대상 1순위로 꼽힌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다. 교과부가 발표한 ‘OECD교육지표조사’에서 OECD 회원 30개국과 비회원 6개국 중 우리 초·중·고 교사 급여가 가장 높았지만 교사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는 자기효능감, 즉 사기 측면에선 꼴찌였다. 교총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실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도 학부모와 학생에 대한 권위 상실로 인해 교직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건 누구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교단을 잘못 지킨 선생님들의 자업자득이다. 우선 밤새 마신 술이 깨지 않아 술 냄새를 풍기면서 교단에 서거나 아침부터 자습을 시켜 놓곤 창가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선생님들은 자체 정화 대상이다. 존경과 거리가 먼 선생님들 때문에 교직사회가 매도당해선 안될 일이다. 동료랍시고 감싸다 보면 학생들에게 도매금으로 넘어간다.

    우리 사회는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근본대책을 요구한다. 근본대책이란 게 뭔가. 어찌 보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교단은 선생님들이 지켜야 한다. 교육은 옳고 그른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잘못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일깨워줘야 한다. 물론 학교가 학생들의 인권 텃밭이 돼야 한다는 데 이의가 없다. 그러나 교사의 권위를 훼손하는 인권만능은 배척돼야 한다. 이는 기를 꺾는 것이 아니다. 선생님들, 이제부터 매를 듭시다. 

    이선호(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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