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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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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기능인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방종근(창원시 팔각회 회장)

  • 기사입력 : 2009-10-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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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속담에 되지도 않는 일을 자주 되풀이하는 것을 두고 ‘조선바늘에 되놈 실 꿰듯 한다’라고 한다. 이것은 조선바늘의 섬세함과 중국사람들의 손재간이 둔하다는 말이다. 이불 꿰맬 때 쓰는 바늘인 길고 굵은 바늘을 되바늘이라고 불렀던 것도 한국의 작은 바늘에 비해 섬세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되바늘로밖에 바느질을 할 수 없었던 중국사람들의 손재간과 아주 작은 바늘로 재봉틀 이상으로 촘촘히 바느질을 잘하는 한국 사람과 비교되는 말이다.

    우리 조상들의 모든 생활도구를 수공업으로 만드는 재간은 세계적이다. 대장간의 농기구 제작부터 도자기, 베 짜는 것, 지붕 이엉이며, 멍석, 가마니, 기계보다 더 섬세한 머리빗 등 모두 손으로 엮고 짜서 만들었다. 펄벅 여사가 경주 방문 중 한식 밥상을 받고 무채 썰은 것과 호박전 부쳐 놓은 것을 보고 기계로 썰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우리 한국인이 별나게 손재간이 좋은 이유는 생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대여섯 살만 돼도 젓가락으로 콩알까지 실수 없이 잘 집어 먹는다. 손의 초감각적인 기능과 발달은 세계 제일임이 틀림없다.

    얼마 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제40회 기능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2연패의 영광을 안았다. 기능올림픽에는 1967년 제16회 대회부터 모두 25차례 출전하여 총 16번째 패권을 차지하며 ‘기능강국’의 면모를 세계에 과시했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기능인을 자랑하며 국위선양을 하고 돌아온 젊은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우리나라가 출전하기 이전 최고의 성적을 냈던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은 최고의 기능을 자랑하는 한국을 부러워하며 ‘타도한국’을 외쳤지만 경기 결과는 스위스(2위, 금7), 일본(3위, 금6)을 제치고 금메달 13개를 따내며 우승했다.

    우리는 이러한 세계 일류의 기능수준을 대외적 자랑거리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산업화에 국운을 걸었던 1970년대만 해도 기능인 양성은 최우선의 국가적 관심 사항이었다. 선수단 출국 때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참석하여 격려를 했고 귀국 시에는 카퍼레이드를 벌이는 등 중계방송까지 하며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했다. 이제 이런 모습은 역사 속에 묻혀 버렸고 기능올림픽 수상자들의 관심과 예우는 그리 만족하지 못한 수준이다.

    우리 사회에 직업교육에 대한 기피현상이 나타난 지도 오래되었고 뿌리 깊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의식 탓에 기능인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고도의 전자사업이 발달하고 첨단기술이 각광을 받는 시대라 할지라도 제조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제가 살아나지 못한다.

    우리나라가 오늘날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능인들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제조업의 힘은 현장에 있고 현장 경쟁력은 기능인력의 저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제조업 육성을 위한 기능인력 양성에 많은 지원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 대국의 힘은 수많은 장인들과 그들을 길러낸 장인정신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세계 기능올림픽 우승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기능인이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기술 강국’의 전통을 이어 기업과 산업 전반에 경쟁력 향상을 위한 뒷받침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방종근(창원시 팔각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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