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7일 (토)
전체메뉴

[작가칼럼] [신세대 칼럼] 이제 개천에선 용이 나지 않는다- 이한나(경남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 기사입력 : 2010-09-17 00:00:00
  •   
  • 개천에서 용 난다? 이러한 말은 이제 없어져도 상관없을 듯하다. 최근 자신의 딸을 외교부에 특채로 넣어 수많은 서민 자녀들의 속을 뒤집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사건을 보면서 생각한 것이다. 물론 그의 딸이 정말 능력이 있고 공무원에 적합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 지난 10여 년간 정부가 행정직의 약 37%를 ‘특채’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러한 실상에 비추어 보았을 때 확실한 것은 고려시대 ‘음서제도’가 부활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누구보다 가슴 문드러진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고시생들이다. 누구처럼 고위공직자 자녀가 못 되기에, 성공하는 방법은 오로지 뼈 빠지게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하는 길뿐. 그러나 그 길을 힘 있는 자들의 자녀들이 떡하니 막고 있단다. 이러니 개천에서 용 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한국사회에서는 부의 대물림 현상이 몇 년 전부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 부유층의 자녀로 태어난 이들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성공이 보장된 삶을 살아갈 확률이 높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한 아이가 서울 강남에서 태어났다. 아이의 아버지는 외교관, 어머니 역시 전문직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아이는 비싼 영어교육을 받는다. 원어민교사가 있는 유치원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생이 되어도 고액의 교육을 받기는 마찬가지, 조기유학을 가기도 한다. 이 아이의 경우에는 아버지가 외교관이므로 각국을 다니며 많은 경험을 쌓고 이미 외국어 능통자가 되어 있다. 한국에 있는 대학교 입학 시, 대학에서는 이 아이에게 특혜를 준다. 뿐만 아니라 졸업 후에도 이 아이의 앞길은 탄탄대로이다. ‘현대판 음서제도’에 힘입어 꽤나 쉽게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공직에 오르게 된다. 시간이 흘러 이 아이가 아버지가 되어 자식을 낳고, 그 자식 역시 똑같은 혜택을 받는다.

    이것이 바로 지금 한국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인 ‘부의 대물림’ 현상의 극단적인 예이다. 서울대 신입생들의 아버지 직업 중 농축수산업 종사자는 해마다 급격히 감소하고, 전문직·경영 관리직 종사자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이다.

    특권의 나라 한국, 개천에서 용 ‘안’ 나는 나라 한국.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이 된 지 꽤 오래이다. 물론 현실상 음서제도로 불리는 ‘특채’가 없어질 수는 없다. 정책 입안의 실무자 역할을 맡고 있는 공무원을 형식적인 고시라는 단편적이고 획일적인 방법만으로 평가하는 것 역시 효율적이지 못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정도가 있는 법이다. 어찌 행시 특채를 50% 증원하자고 감히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노력 여하에 따라 수직적 신분상승이 가능하고 그것이 활발한 나라일수록 선진국에 가깝다고 한다. 어떤 제도든 허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만약 예비공무원의 인성까지 가늠할 수 있는 최대한 객관적인 면접관 제도까지 도입된다 해도, 그들 역시 권력자의 자녀 앞에서는 100% 객관적일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인간제도의 허점은 논외로 하고, 이제는 기득권층의 의식이 대대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 국민 0.001%도 안 되는 특권층만을 위한 제도, 잘사는 그들을 더 잘살게 해주기 위해 그들에게 끼워맞추는 제도만을 고안하려 하기 전에, 고시촌에서 책에 젊은 하루를 반납하여 목표만을 위해 걸어가는 이들의 마음을 한번쯤 헤아려주고 길을 열어주는 넓은 아량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한나(경남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