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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향기] 진해 성모신경외과의원 김병화 원장

철인3종 선수·발명가·사업가… ‘팔방미인’ 동네의사

  • 기사입력 : 2011-01-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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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화 원장이 진료실에서 환자와 상담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향기가 나는 사람을 찾아라! 4개월마다 떨어지는 특명이다. 인물 찾기에 고심하던 차에 개인병원 원장을 하면서 철인3종경기 선수, 발명가,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의 소식을 접했다.

    의사라고 하면 하루종일 진료하기에도 바쁠 텐데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하나를 제대로 해내기도 힘든 세상인데 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창원시 진해구 충무동에서 성모신경외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병화(53) 원장이다. 지난 19일 점심시간에 그를 만났다.

    진료에 매달려 체중 늘면서 운동 시작

    김 원장은 대구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마치고,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진학해 1983년 졸업했다. 1988년 인제대학 서울 백병원 신경외과를 수료하고 신경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전공의 과정에서 발병한 천식으로 군복무 대신 의료취약지구인 강원도 태백의 동원탄좌 보건원에서 공중보건전문의로 3년간 근무했다. 1991년부터 5년간 마산 성모병원 신경외과 과장을 지냈고, 1996년 4월 현재의 위치에 성모신경외과의원을 개원해 15년째 이르고 있다. 개업 초기 진료실에서 꼼짝 않고 환자진료에 최우선 하다 보니 운동은 부족하고, 퇴근 후에는 피로회복을 위해 좋은 것, 좋은 음식만 찾게 되어 체중이 점점 불어났다. 키 178㎝에 몸무게가 85㎏을 넘게 되면서 원래 가지고 있던 알레르기와 천식이 악화됐다. 심할 땐 호흡곤란이 왔고, 죽을 것만 같았다. 위기감을 느낀 그는 종신보험까지 들었다.

    철인3종 경기에 빠지다

    목숨이 위태롭다고 생각되어 1998년 운동을 결심한 그는 퇴근 후와 주말에 자전거 타기를 즐겼다. 스피드가 좋았고, 운동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니 스트레스도 날아갔다. 마라톤도 시작했다. 풀코스도 완주하기에 이르렀고, 건강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1999년 어느 날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철인3종 경기를 예찬하면서 초보자 코스인 스프린트코스 출전을 권유했고, 엉겁결에 약속을 하고 말았다. 대회 전 10일 동안 새벽에 수영장 몇 번 가고, 저녁에 동네 몇 바퀴 뛰어본 게 고작인 상태에서 그해 10월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 섰다. 오킴스대회 3종경기 스프린트코스는 바다수영 375m, 자전거 10㎞, 모래사장 달리기 2.5㎞를 쉬지 않고 완주해야 한다.

    출발 함성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었으나 바다수영은 장난이 아니었다. 얼마 되지 않아 탈진 상태에 처했고, 죽음(익사)에 대한 공포가 밀려들었다. 경기 포기의사를 보내자 다가온 구조요원은 보트에 태워주지 않고 구조부력대를 던져주고는 잡고 나오라며 지켜보기만 했다. 죽을 힘을 다해 바다를 벗어나자 오기가 생겼다. 자전거와 달리기는 땅 위에서 하니까 끝까지 해보자고. 천신만고 끝에 완주했고,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밀려왔다. 뜻밖에도 40대 장년부 3위에 입상했다. 당시엔 출전 선수가 적었던 탓이다. 공식 경기대회에서의 입상은 생애 처음이었다. 그렇게 그는 철인3종의 매력에 푹 빠져들어 갔다.

    이 인연으로 창원 철인클럽 초대회장을 맡은 그는 2001년 6월 제주에서 열린 철인3종 경기에서 철인코스에 도전해 완주했다. 이때부터 2004년까지 매년 철인3종경기 철인코스에 출전, 완주했다. 철인코스는 바다수영 3.8㎞,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를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말이 쉽지 엄청난 체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2005년부터 2008년 초까지는 무리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올림픽코스(수영 1.5㎞, 사이클 40㎞, 달기기 10㎞)에 연간 3회 정도 출전했다.

    “인간은 동물입니다. 걷고 달려야 합니다. 철인3종 경기를 10년 가까이 한 경험자로서 얘기하는데, 손발이 찬 사람은 즉시 운동할 것을 권합니다. 현재 학교에서는 체육시간을 줄이고 있는데, 이는 국가와 개인의 미래를 위해 잘못된 것입니다. 미리 관리하지 않고 나이가 들면 온갖 병에 시달리게 됩니다.”

    김 원장은 운동이 부족한 현대인들이 아파트나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운동법으로 15~20층 계단 오르내리기, 팔굽혀펴기, 108배 하기, 물 자주 마시기,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기를 강력 추천했다.

    운동하다 모자이어폰 개발, 사업가로

    몸이 좋아지자 진료를 핑계로 몇 달간 운동을 소홀히 하던 그는 2008년 가을,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마라톤이나 철인3종 운동은 장시간 해야 하기 때문에 지루하고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MP3 음악이나 라디오 뉴스를 들으며 달린다. 그런데 이어폰 줄이 걸리적거리고 귀도 멍멍해져 오래 들으면 어지러움 증세까지 생겼다. 그러다가 불현듯 모자 둘레에 이어폰 줄이 들어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물럭주물럭해서 대강의 형태를 만들어보니 쓸만했다. 손에 걸리지도 않고 아주 편리했다. 제품화 마음을 먹고 수선점에 모자 수선을 부탁하니 난감해 했고, 시간도 많이 소요됐다. 그는 아내로부터 재봉틀 조작법을 배워 손수 박음질을 했다.

    운동하다 생긴 아이디어를 발명으로 연결한 그는 친구의 소개로 변리사를 만나 상품화 및 특허 취득 가능성을 타진했다. 반응은 시큰둥했다. 유사한 청취기구들이 많아 특허 취득이 힘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편리하고 좋다”며 졸랐다. 수차례 논의 끝에 접근방법을 찾게 되었고, 그는 2009년 6월을 시작으로 2010년 6월까지 차례로 일체형 모자밴드이어폰, 분리형 모자밴드이어폰, 헤어밴드이어폰, 밴드이어폰 청취기구 등 4가지에 대한 특허 취득에 성공했다.

    김 원장이 발명한 모자이어폰은 MP3나 소형 라디오를 모자에 부착한 뒤 모자 둘레 안에서 빼낸 이어폰과 연결, 운동을 하면서도 음악이나 뉴스를 들을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블루투스 기기를 장착해 스마트기기와의 연동도 자유롭다. 즉, 이어폰을 귓속에 꽂지 않아 귀가 안 아프고, 주위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개방형 장치다.

    지난해 12월 열린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에 출품, 400여 제품 가운데 헤어밴드 이어폰이 동상을 수상했다. 동시에 열린 서울국제발명전시회에서는 36개국 640개 전시품목 가운데 모자이어폰이 금상을, 헤어밴드이어폰과 밴드 자체 이어폰은 은상에 각각 선정됐다.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특허출원을 해놓은 상태이며, 동남아 등지에도 추진할 생각이다.

    그는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제품 브랜드명을 ‘렛잼’으로 정하고, 아내(최혜정씨) 명의로 ‘크라운텍(주)’이란 회사도 차렸다. 홍보 팸플릿은 조카가 만들고, 사진모델은 연세대학교 졸업반인 둘째 딸(김희영·24)이 맡는 등 아직 초보 단계의 1인 창업기업으로 보면 된다.

    의사이자 철인3종 선수, 발명가에서 사업가로의 길을 걷게 된 그는 개발팀장으로서 제품의 업그레이드와 거래선 확보에 열정을 쏟고 있다.

    김 원장이 자신이 개발한 모자밴드이어폰을 들어보이고 있다.

    길이 보이기 시작하다

    김 원장은 지난해 12월 서울국제발명전시회에서 모자이어폰 ‘렛잼’에 관심을 보인 이스라엘 업체 바이어와 수출 상담을 진행, 지난 21일 1차적으로 200개 물량 주문을 받았다. 이 회사는 세계 40개국의 유통망을 보유한 업체로, 중동·유럽을 중심으로 제품을 우선 공급해 시장의 반응을 체크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수도권의 한 업체로부터는 모자에 회사로고를 넣어 고객에게 선물하는 사은품으로 100개를 주문받아 납품을 준비 중이다. 아웃도어 회사 몇 곳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임시로 다음 카페(http://cafe.daum.net/letsm)를 통해 단체주문을 받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을 받아 홈페이지 겸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해 개인에게도 판매할 예정이다.

    김병화 원장에게는 꿈이 있다. 모자이어폰과 밴드이어폰을 널리 보급해 사람들이 보다 즐겁게 운동하며 건강을 지키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욕심을 내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저는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인입니다. 저보다 더 나은 사업가가 나선다면 넘겨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이 없다면 제가 끝까지 해볼 생각입니다. 운동의 즐거움을 판다는 생각으로요.” 누가 하든지 간에 해야만 하는 사업이라는 말이다.

    김 원장은 요새 새로 생긴 좌우명이 있다고 했다. ‘지금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이다. 이는 마라톤과 철인3종 운동을 하면서 느낀 교훈으로, 목표 설정을 잘하고 가면,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반드시 도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때문이라고 했다.

    하루 24시간이 아니라 25시간도 모자랄 정도로 분주하게 사는 그에게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의 향기’가 피어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홍정명기자 jmhong@knnews.co.kr

    사진= 전강용기자 j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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