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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자유, 민주 그리고 정의의 세월 51년- 윤일구(창원보훈지청 보훈과장)

  • 기사입력 : 2011-03-3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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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 15일, 이른 아침의 쌀쌀한 날씨에 국립 3·15 민주묘지로 오르는 보도에는 아침이슬에 젖은 보라색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길목에 나란히 서 있는 시비(詩碑)에 각인된 시를 읽는 어느 중년 남자의 얼굴에는 자유를 쟁취하고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열사들을 그리워하는 듯 아련한 그리움이 어려 보였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3월 15일만 되면 따뜻했던 날씨가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몹시 추운 것이 참 이상스러웠다. 자유를 쟁취하고 꽃다운 나이로 사라져간 젊은이들의 한(恨)이 서려 있기 때문에 날씨가 이렇게 추울까 생각해봤다.

    그분들의 나라를 사랑했기에 서슬 퍼런 독재의 아성(牙城)에 ‘자유를 달라’며 맨손으로 돌진해 자유와 목숨을 맞바꾼 의기는 우리들 가슴속에 살아남아 있다. 3·15의거는 독재와 불의에 맞서 싸운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전범(典範)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지녀야 할 소중한 가치이기도 하다.

    당시 현장에서 12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한 그날의 시위는 4·19 혁명의 모태가 되어 우리의 선열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 지켜낸 소중한 이 땅에 민주주의라는 찬란한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몹시 추운 날씨에도 2000여 명 이상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된 기념식은 총리참배에 이어 그 당시 시위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12열사의 영정의 입장으로 행사장은 사뭇 비장한 분위기였다. 진혼가에 이어진 의거 51년의 기념영상, 기념공연과 주빈의 기념사, 3·15 노래 연주 등 무한한 감동과 애잔한 마음이 한데 어우러진 1시간의 기념식은 끝이 났다.

    꽃다운 청춘을 민주화의 제단에 바친 우리들의 영웅을 추모하는 2000여 명의 뜨거운 열기는 추운 날씨를 녹이고도 남았다. 3·15의거 당시 불의에 항거한 분들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그리고 국가유공자와 같이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로서 어두운 시대를 밝혀주는 등불과 같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불의를 미워하고 정의를 지향하는 정신이 아닐까. 식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목에 이제 막 피어날 보랏빛 목련의 꽃망울을 보면서 이보다 더한 열정과 아픈 가슴을 움켜지며 짧은 생애를 불꽃같이 살았던 우리의 영웅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렸다.

    지금보다 훨씬 더 추웠을 51년 전 3월 15일 그날에 사자같이, 활화산같이 자유, 민주 그리고 정의의 정신으로 독재타도를 외쳤던 그분들에게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기념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옛날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떠오른 마산앞바다 포구(浦口)에 가보았다. 파도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바닷가에 외롭게 서있는 표지석과 그 옆의 안내판을 보면서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물위로 떠오른 참혹한 모습의 열사의 주검이 떠올라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영원한 소년 김주열 열사를 비롯한 우리의 영웅들은 자유혼의 상징으로 겨레의 가슴속에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분들의 정의로운 정신은 온 국민에게 이어져 나 자신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나라사랑 정신으로 승화돼야 할 것이다.

    3·15의거 또한 지난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고 올해부터 국가 주도의 행사로 격상되면서 이제는 마산(창원)을 넘어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그 정신이 퍼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아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 크다 하겠다.

    윤일구(창원보훈지청 보훈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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