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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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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점심값 1만원 시대- 박종국(수필가·부곡초등학교 교사)

  • 기사입력 : 2011-08-1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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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임금 빼고는 다 올랐다’는 푸념이 잦다. 실제로 대형마트에서 만난 한 주부는 “요즘 물가 어떻습니까?”는 물음에 “물가예? 말도 마이소. 애들 성적하고 남편 월급 빼고는 다 올랐지예?”라며 시장 보러 가기가 겁난다고 했다. 가사를 전담하는 필자도 일주일에 서너 번 마트를 찾는다. 하지만 그곳에 진열된 각종 식품에 선뜻 손대지 못한다. 몇 가지만 주워 담아도 이내 금액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근래 물가변동 자료를 보니 1년 새 가격이 오르지 않은 품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특히 휴가철 식탁 단골 메뉴인 삼겹살과 야채, 가공식품의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다. 휴가철 식탁 물가는 46% 이상 껑충 뛰었다. 4인 가족이 휴가지에서 삼겹살 파티를 즐기려면 4만6000원가량 든다. 거기다 수박 하나 곁들이면 좀 부담스럽다.

    올 같은 물가 난리는 난폭한 장맛비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발뺌하던 정부가 급기야 물가를 잡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아직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정부의 맞불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최고 수치인 4.7%를 기록해서 7개월째 4%대로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대놓고 물어봐도 정부의 물가정책을 믿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서민들은 정부의 물가정책에 골이 깊다. 당장에 장마와 폭우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다 집세, 공공요금, 기름값이 줄줄이 인상을 대기하고 있어 정부 목표치인 4%는 이미 물 건너간 듯하다. 이래저래 서민들 부담만 크다.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은 큰 데 있지 않다. 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식당이 문제다. 다수의 식당이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양을 줄이는 데서 실제 가격을 10% 이상 올리고 있다. 더더구나 일부 식당은 무게(g)를 10% 줄이고, 가격을 10% 올려 20%의 이익을 보고 있다. 이러한 편법이 가능한 것은 대개 손님들이 가격에만 신경을 쓰지 양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을 역이용한 것이다. 그 수법이 교묘하다 못해 기발하다.

    평소 같으면 학교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하지만, 방학 때는 인근 식당을 이용한다. 점심때가 되면 무얼 먹는 것보다 점심값에 신경이 쓰인다. 점심값이 수월찮기 때문이다. 좀 이름값을 하는 식당이면 한 끼 식사가 1만원 정도다. 그래서 늘 가는 식당을 찾는다. 오늘도 점심 때 찾았더니 메뉴판에는 새로운 가격표가 붙었다. 7000원 하던 추어탕 한 그릇이 어느새 8000원이다. 예전 그 그릇에 오히려 적은 양을 담아주면서도 버젓이 가격만 올랐다. 한 그릇 다 비우기는 했지만 뭔가 속았다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한데쏙 현시점에서 창원시에는 자장면 한 그릇 2000원, 정식 4000원, 이미용료가 6000원인 착한 가게가 63곳이 있다. 이들 착한 가게는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음식점과 세탁소 등 12개 품목을 다루는 업소로, 가격이 해당 구에서 가장 싸고 서비스가 만족할 만한 가게다. 창원시에 따르면 착한 가게는 업체 간 가격자율경쟁을 촉진하며, 체감생활물가를 낮추고, 저렴한 가격 업소가 대우 받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있다고 한다.

    농산물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 본격적인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값도 심상치 않다. 게다가 올해 물가대란을 이끌었던 농산물, 기름값, 전셋값 등 ‘물가 3총사’가 다시 들먹이고 있다. 최근 정부가 물가대책을 외식비, 가공식품, 공공요금 등 새로운 3총사에 집중하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한 상황이다. 기름값, 농산물 같은 악재들이 난마같이 얽혀 있어 정부의 물가관리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딴청 같지만 창원시가 선정한 착한 가게에서 물가대란을 막을 처방전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박종국(수필가·부곡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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