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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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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순간 여행법- 김연희(시인)

  • 기사입력 : 2011-09-0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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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미로운 가을 산책길을 나선다. 천상병 시인의 노래처럼 잠시 쉬어가는 이승의 나들이. 오늘의 미니 소풍 길이다. ‘세상만사 일체유심조’라고 오늘도 주신 새 날 어제처럼 소풍간다고 집을 나선다. 직장에서 벗어나 맞이하는 잠시의 신바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일지라도 산책길은 설레고 신비롭다. 스스로 일상생활 속에서 짧은 환희를 느끼고 감사함을 만드는 일이 순간여행 제조법이다. 지금 이 순간을 감미로운 맛으로 기쁨과 행복함을 덤으로 맛보는 것이다. 세상에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제일 귀한 금이 ‘지금’이라고 했던가? 도화지 한 장이 하루라면 그 여백에다 신선한 짧은 휴가를 도입한다. 이는 어원으로부터 가슴 설레는 신비의 윤활유이다.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순간을 포착하여 무한한 자연의 심상을 만나 내면에서 빛으로 와 닿는 노래를 듣게 된다. 시간과 금전을 투자하지 않고 복잡한 가방을 챙기지 않아도 되는 요컨대 신나는 짧디 짧은 휴가인 셈이다.

    순간 여행 떠나기는 수도 없이 많다. 그 첫 번째가 아무리 바빠도 ‘하늘을 올려다본다’이다. 그 광활한 하늘의 한쪽에다 사랑과 감사와 기쁨, 위로와 평화로움의 둥지를 짓는다. 여러 가지 천사의 마음을 뿌려놓고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자신만의 궁전이다. 그 성(城)이 포근하고 황홀하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초청장을 뿌려도 무방할 것이다.

    두 번째는 ‘나무를 바라본다’이다. 나무가 아니라도 풀이나 화분이라도 좋다. 그냥 바라봄이 아니라 바라보며 사유를 한다. 의미를 부여한다. 세상을 위하여 그 자리에 서서 베풂을 키우는 나무.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는 나무에게 감사함을 보낸다. 때론 좋아하는 색상의 옷을 입혀본다든가 말을 던지며 장난도 걸어보는 것이다. 내 몸에 말을 걸듯이. 그 나무의 말과 향기는 더더욱 진하게 풍겨와 황홀한 수를 놓아 저절로 잎사귀처럼 흥이 솟고 때론 웃음이 터진다.

    그다음은 만남마다 색다른 세계의 눈 맞춤과 물결이다. 소중한 시간을 쪼개어 보면 의외로 느끼는 맛이 다르다. 사무실의 딱딱한 책상과 의자에게도 인사를 한다. 옆 사람에게 미소를 보낸다. 한 줄 글을 읽는다. 칭찬의 독백을 한다. 악수를 청한다. 기쁨차를 마신다. 거울을 보며 웃는다. 악기를 연주한다. 노래를 부른다. 깊은 숨을 쉰다. 친절을 베푼다. 시를 낭송한다. 새처럼 날갯짓을 하며 날아 본다. 동물처럼 기어 본다. 기도를 한다. 친절을 베푼다. 칭찬을 한다. 깊은 숨을 쉰다. 물장난을 친다. 눈을 감는다. 사물에게도 사랑한다고 말한다. 일기를 쓴다. 버스를 탄다. 걷는다. 계단을 오른다. 일기를 쓴다. 몸을 가볍게 두드려준다. 나뭇잎이나 꽃에게 입을 맞춘다. 해 뜨고 지는 것을 바라본다. 걸으면서 노래한다. 물구나무를 선다. 싱겁게 크게 웃는다. 시공간을 벗어나 마음의 노래를 만난다. 자연을 사랑하고 몸소 실천한다. 곤충과 새들의 말을 듣고 나무들도 안아본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약한 자를 위하여 나누고 봉사하는 일은 더더욱 값진 일이다. 삶의 깊이와 넓이에 새로운 문이 되는 짧은 휴가를 만들어 오늘 소풍 길 마음날개를 펴보자.

    모든 세상살이가 갈수록 심상찮다. 내릴 낌새가 없는 유가 상승에 물가는 더 치솟아 정신이 어리벙벙할 지경이다. 시장에 나가면 모든 것이 망설여진다. 움츠러들고 긴장감이 스며든다. 지구촌으로 수시로 찾아오는 태풍과 지진과 쓰나미는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 인간을 무색하게 만든다. 자연 재앙을 거부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명이기로 재난 사고의 주인공이 날로 늘어나니 마음이 무겁고 아픔이 잦다. 진정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긴장은 줄이고 버리고 낮추어서 마음을 비우고 비워 자연인으로 살아야 함을 절감한다. 아니, 마음먹기를 비장한 각오로 대처해야 할 것 같다. 소풍가방이 간편할수록 소풍은 즐겁다. 오늘이라는 하루의 발걸음마다 소풍 가는 마음 길을 만들자. 순간마다 여행길이 되어 감사한 행복꽃을 피워 하늘과 이웃에게 날마다 선물하시기를.

    김연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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