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지구를 사수하라
‘가이아 이론’이 있다. 제임스 러브록이 1979년에 출간한 저서 ‘가이아: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에서 주창됐다.
가이아란 지구와 지구에 사는 생물, 대기권, 대양, 토양까지를 포함하는 하나의 범지구적 실체로서,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것이다. 즉 지구를 생물과 무생물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생명체로 바라보면서 지구가 생물에 의해 조절되는 하나의 유기체임을 강조한다. 이 이론은 발표 당시만 해도 학계와 사회로부터 홀대를 받았지만 현재는 과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임스 러브록이 ‘가이아’라는 신화적인 이름을 지구에 붙인 지 40년 이상 지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문제는 같다. 인류가 너무나 이기적인 생물 종이라는 것, 그리고 그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인류가 대자연과 좋은 관계를 맺었던 시대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것은, 지구가 가이아라는 새 이름을 얻은 뒤부터 인류가 끊임없이 확인해 오고 있는 메시지다.
지난 20세기에 세계 경제의 규모는 이전 세기에 견줘 15배나 팽창했다. 에너지 소비는 14배, 인구는 15억 명에서 61억 명으로 증가했다. 인류가 20세기에 소비한 에너지는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19세기까지 소비했던 모든 에너지보다 3분의 1이나 더 많다.산림 또한 20세기에 벌목한 것이 그 이전까지의 총량과 맞먹는다.1950년 이후 30여 년간 인간이 자연에 가한 영향은 인류의 등장 이후 1950년까지 미쳤던 모든 영향보다 더 크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모든 지구환경문제는 지구의 긴 역사로 보면 실로 눈 깜작할 만한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는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저 두려운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모든 지구환경문제를 과학기술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여전히 ‘지구를 약탈하는 삶의 방식’을 추종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아니 그보다 ‘지구가 우리의 철없는 이기주의를 그래도 견뎌줄 것‘이라고 믿는 순진함 때문은 아닐까?
1970년에 와서야 그런 믿음은 턱없는 낙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1970년 4월 22일 미국에서 2000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최초의 대규모적 자연보호 캠페인을 전개한 것이다. 더 이상의 스트레스는 지구의 항상성을 파괴하고 종국에는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공동체의 소멸로 이어지리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들은 인류의 생산양식과 생활방식을 바꿔 지구를 구하자고 외쳤다.
4.22일은 지구의 날, 다시 말해서 가이아의 날이다. 대자연의 파괴는 곧 문명의 종말이라는 사실을 가이아가 알려주기 전에 우리가 먼저 깨달아야 앞으로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지구의 날의 취지다. 지구의 날을 맞아 지구를 사수하기 위해선 우리의 이기적 욕망을 절제하고 그것을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
이정수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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