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16일 (일)
전체메뉴

[가고파] 네 원수를 사랑하라- 이현근(사회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24-05-20 20:10:33
  •   

  • ‘긴 상이 있다/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걸음을 옮겨야 한다/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한 발 또 한 발’ 함민복 시인의 ‘부부’라는 시다.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부부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오늘은 부부의 날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창원에 사는 권재도 목사 부부가 주도해 부부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 가자는 취지로 제정운동을 시작했고, 2007년 국회에서 청원을 결의해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기념일을 5월 21일로 제정한 이유는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부부란 무엇일까.

    ▼생판 모르는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역사적인 사건이다. 통계자료를 보면 올해 기준 월 1만6949쌍이, 2023년 한 해 19만 3657쌍이 결혼을 했다고 한다. 이혼도 올해 기준 월 7354건이 있었고, 2023년 한 해 동안 9만2394건이 갈라섰다고 한다. 2023년을 보면 결혼 건수에 비해 절반에 가까운 47%가 이혼을 한 셈이다. 두 쌍의 부부 중에 한 쌍은 남이 된 것이다.

    ▼부부에 대해 ‘천생연분’이라고도, ‘원수’라고도 표현한다. 사이가 좋을 땐 한없이 좋다가 감정이 틀어지면 원수같이 되기도 해 부부는 원수끼리 맺어진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가 보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온 환경과 성격이 다른 둘이 부부가 되었다고 항상 같은 생각으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부부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둘만의 세월이 있다. 예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다. 배우자를 한껏 사랑하자. 원수니까.

    이현근(사회부 부국장대우)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현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