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김상옥
- 기사입력 : 2012-03-1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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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여윈 숲
마른 가지 끝에
죽지 접는 작은 새처럼,
물에 뜬
젖빛 구름
물살에 밀린 가랑잎처럼,
겨울 해
종종걸음도
창살에 지는 그림자처럼.
-김상옥 ‘근황’ 전문, 시집 <촉촉한 눈길>
☞ 그대 근황은 어떠하신지요? 어깨 죽지 접은 새처럼 마른 가지 끝에 서 계시지 않은가요?
늘 위태롭기만 한 우리네 삶, 무겁게 내려앉은 근심이 하루를 온통 짓밟는 시간, 거대한 파도에 힘없이 밀리는 가랑잎 같은 삶, 당신의 창살에 갇혀 옴짝하지 못하는 나는 ‘작은 새’입니다. 나는 ‘가랑잎’입니다. 나는 ‘그림자’입니다.
한 편의 단시조가 울리는 내면 속 파장의 깊이는 어디까지일까요?
‘여윈’ ‘마른가지’ ‘죽지 접는’ ‘가랑잎’ ‘창살’ ‘그림자’ 등 부정적 언어가 주는 아픔에서 존재의 근원을 찾습니다.
이제 그 삶은 ‘종종걸음’으로 가는 ‘겨울 해’를 뒤로 하고 화해의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초정의 시 세계가 전하는 선명한 이미지, 절제와 비유, 섬세한 언어로 그 울림의 폭에 빠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진희(시조시인)
※이번부터 ‘시가 있는 간이역’은 김진희 시조시인이 맡습니다. 1958년 진해 출생인 시인은 1997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 1997년 ‘시조문학’을 천료했습니다. 2009년 경남시조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