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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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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오장육부(五臟六腑)- 강석봉(재료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 2012-08-2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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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상반기 부품소재 대일 수입 의존도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일 부품소재 수입 의존도는 2010년 상반기 25.3%에서 2011년 23.5%, 올해는 23%로 소폭 감소해 왔다. 이는 지난해 일본 대지진 이후 수입에 의존했던 일부 부품소재의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에 따른 효과로 분석된다.

    상반기 부품소재 대일 수입 의존도가 낮아진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이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부품소재 분야의 대일 무역 적자액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904억 달러로 전 산업 무역수지 적자의 70%에 달한다. 또한 지난해 소재 분야의 대일 무역적자는 41.5%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도대체 부품소재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는 자동차나 선박, IT 등 완제품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것은 사실이나 완제품의 기초가 되는 부품소재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컴퓨터의 경우 그 속에 들어가는 부품인 CPU에 따라 컴퓨터의 성능이 결정된다.

    또 텔레비전도 신호의 처리 방식에 따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되면서 내부를 구성하는 부품들이 달라졌고 새로운 기능을 가지게 됐다. 이제는 완제품을 넘어 부품과 소재가 더욱 중요시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제품산업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는 이제 부품소재에 대한 차별화된 발전 전략을 바탕으로 미래 시장 선점을 준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도 부품소재 분야의 대일 수입 의존도의 변화에 주목하는 것이다.

    얼마 전 지식경제부는 소재부품산업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진입을 위한 도약 전략 ‘소재·부품 미래비전 2020’을 본격 실시한다고 밝혔다.

    도약 전략을 살펴보면 소재·부품 정책을 ‘부품에서 소재 중심’으로 전환하고 ‘하드웨어 중심에서 감성과 지식 서비스의 결합’, ‘폐쇄형 R&D에서 개방형 혁신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완제품, 부품을 지나 이제는 새로운 소재기술의 확보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소재·부품 분야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요성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소재기술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있을 때 이 부품은 어떤 소재를 사용했고 거기엔 어떤 기술이 적용됐는지 설명한 뒤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 이해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소재라는 것이 아직은 일반인들에게 낯선 것이 사실이다. 알고 보면 우리 주변의 휴대폰, 컴퓨터, 건물, 자동차까지 모두 금속, 세라믹, 고분자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것이 소재이다. 이는 완성품처럼 눈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도 중요한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다.

    그래서 이런 설명을 덧붙여 본다. “심장이나 위 등 오장육부는 우리 몸속에 있어 평소 눈으로 볼 수 없지만 그것들 중 어느 한 곳만 잘못돼도 바로 몸이 아프고 맙니다. 마찬가지로 소재 역시 완성품 속에 들어가 있어 실체가 드러나진 않지만 각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에 온전한 완성품이 있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나면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 밝아진다. 소재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오장육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강국, 조선 강국 등 수식어는 소재를 비롯한 많은 기술들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오장육부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이를 위해 운동도 하고 식단도 조절한다.

    마찬가지로 소재·부품 분야를 튼튼하게 하는 것은 곧 우리나라 경제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재·부품 분야의 중요성에 대한 대국민 공감대 형성과 더불어 정부, 출연연구기관, 산업체 등 관계 기관의 노력을 더해 오장육부가 뒤틀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석봉(재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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