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리 사랑- 강경주(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2-09-0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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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너무 숨가쁘면
마음을 유배 보내는 곳
꽃뱀 같은 해안 길 따라 미조리에 가 보시라
파도가 가슴을 치다
쓰다듬어 주는 곳
포구의 한숨소리 수평 너머 잠재우고
품안 가득 차는 밀물 늘 설레는 미조항(彌助港)
선잠 깬
애기동백꽃이
빠알간 울음 우는 곳
우연히 서로 보듬고 하루종일 뒹굴어도
몽돌같이 둥근 마음
아프지 않은 우리 사랑
머나먼 그대 그리움이 쓰나미 일어 닿는 곳
- <경남문학99. 2012 여름>에서
☞ 등 대고 누울 곳 어디 다른 데 있으랴만 살면서 유난히 그리운 곳이 있다. 연인을 생각하듯 가슴 설레는 곳이 있다. 젊음이 퍼덕거리며 열정이 살아 숨쉬고 생의 진미를 알게 해주던 곳. 버스는 수평선을 향해 ‘꽃뱀 같은 해안 길 따라’ 미끄러지듯 날 데려다 줄 것이다. 잠시 마음을 유배 보내면 파도는 아픈 가슴 쓰다듬어 줄 것이다.
미조항은 부른다. 동백꽃 빠알간 울음으로, 몽돌같이 둥근 마음으로. ‘그대 그리움이 쓰나미 일어 닿는 미조항’.
사람들이 떠난 그 바다에서 시를 쓴다. 사랑을 부른다. ‘아프지 않은 우리 사랑’을. 김진희(시조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