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상(父子像)- 정완영(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2-09-2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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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와 계시다가 말없이 돌아가시는
아버님 모시 두루막 빛바랜 흰 자락이
웬일로 제 가슴 속에 눈물로만 스밉니까
어스름 짙어오는 아버님 여일(餘日) 위에
꽃으로 비춰드릴 제 마음 없사오매
생각은 무지개 되어 고향 길을 덮습니다.
손 내밀면 잡혀질 듯한 어릴제 시절이온데
할아버님 닮아가는 아버님의 모습 뒤에
저 또한 그 날 그 때의 아버님을 닮습니다.
<정완영 시조전집>에서
☞ 걸음걸이며 웃는 모습이 아버지 닮은 아들, 붕어빵이다. 아버지는 큰 산처럼, 늘 곁에서 말없이 지켜보리라 생각했다.
‘할아버님 닮아가는 아버님의 모습 뒤에’ 자신도 닮아가는, 아버지와 아들. 그들은 한 길 ‘고향 길’로 이어지고 있다.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날 때 있다. 성긴 모시바람 휙 가슴을 뚫고 지나갈 때. ‘아버지!’ 하고 부르고 싶다.
이 시는 중학교 국어 시간에 즐겨 외우던 시, 이제 교과서에서 사라진 시조다.
추석이다. 설레는 귀향길, 하늘은 높고 쓸쓸하여, 사무치는 그리움에 불러본다. 아버지! 아버지! 김진희(시조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