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서정(抒情)- 임성구(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2-10-1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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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걷는 순천만엔 바람이 픽! 웃는다
환한 대낮 안개등 켜고 갈대에게 길 묻는데
소름이, 돋은 갯벌 위로 게 한 마리 지나간다
찢어진 발자국을 독주(毒酒)로 지운 그 자리
저만치 은빛 물결이 돌아오는 참게의 집
방고래 온기 먹는 소리 겨울새가 먼저 안다
살짝 열린 입술 새로 남도 민요 한 가락에
노랑부리 물총새가 소금꽃 피워 허공 날 때
갈대밭 꽃불 환히 밝혀 굳센 각오를 낚는다
<유심 2012. 54호>에서
☞ ‘저만치 은빛 물결’ 펄럭이는 하늘 위로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철새 떼, 순천만을 가 보았나. 바람 따라 출렁이며 그 끝을 알 수 없는 갈대밭, 사이로 핏빛 물든 저녁노을을 보았는가. 한 생을 부여안고 넘어가는 하루의 일몰! 그 앞에서 우리는 숙연해진다. 그리고 겸손해진다.
‘남도 민요 한 가락’ 울려 퍼지는 서쪽하늘을 보며 순천만 서정에 물든 시인은 그리움의 꽃불 환히 밝힌 ‘갈대에게 길 묻는’다. 그것은 잊고 살았던 나를 다시 만나는 길이다. 갈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 김진희(시조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