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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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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구룡산 시편(詩篇) 2

홍성란(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2-10-25 01:00:00
  •   


  • 가을 산 앞에 서서

    그대를 생각했습니다

    빙그르 돌며 떨어지는 붉은 잎이 뭐라 해도

    말없이

    그대 뒤를 따라 낙엽길 걷고 싶었습니다



    그저 산 까치는

    높은 가지에서 짝을 부르고

    당찮게 애벌레는 떼그르 껍질 굴려 숨지만

    샛노란

    가랑잎에 올려 바윗섶에 넣었습니다



    마른 잎들 빗소리 내는

    산허리 혼자 밟으며

    그대가 눅눅한 내 마음 가만히 떠올려

    양지쪽

    마른 자리에 뉘었으면, 생각했습니다

    홍성란 시집 <따뜻한 슬픔>에서


    ☞ 한 편의 시를 노래 부르고 싶은 계절, 깊고 울림 깊은 테너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찌르르 풀벌레 울음소리에 가을은 더욱 깊어간다. ‘마른 잎들 빗소리 내는 산허리’에서 시인이 따로 있나. 목청 좋은 가수가 아니면 어떠리. 누구라도 그대가 되는 이 가을, 편지를 쓰고 노래하고 싶지 않은가.

    ‘말없이 그대 뒤를 따라 걷고 싶은’ 원초적 그리움을 향한 길은 이어진다. 그대와 걷는 낙엽 길에서 사랑의 메타포가 시작되어 ‘산 까치를 부르고 애벌레와 숨바꼭질하고 샛노란 가랑잎에’ 편지를 쓴다. 그대를 향한 편지는 이 가을에 완성되는 것.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김진희(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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