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17일 (금)
전체메뉴

응시(凝視)- 정해송(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2-11-01 01:00:00
  •   






  • 못에 비친 하늘처럼 내 안에서 누가 본다

    고요의 무게 속에 피고 지는 생각들을

    없는 듯 그가 숨 쉬며 지켜보는 이 한때



    잎 지는 소리를 듣고 있는 내가 있고

    듣고 있는 나를 보는 이 뿌리는 무엇인가

    계절도 걸음 멈춘 채 유리창에 타고 있다

    정해송 시조집 <응시>에서

    ☞ 눈을 감으면 지나온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마음의 눈을 뜬다. 새파랗던 이파리가 울그락 불그락 왁자하다. 귀밑머리 뽀얀 솜털은 희끗한 눈발 날릴 기세다.

    오늘도 무엇엔가 쫓기듯 브레이크 없이 달린다. 달리다 문득 나를 돌아다본다. ‘내 안에서 누가 본다’ 존재의 심연 속에서 허겁지겁 도망가는 나. 무엇을 위해 이 많은 날을 벼리고 새파랗게 나는 또 살아나는가. ‘잎 지는 소리를 듣고’ ‘듣고 있는 나를 보는 이 뿌리는 무엇인가’ 잎이 지고 또 새 잎 나고 가을 가고 겨울 가면 또 봄은 유리창을 두드릴 것이다. 11월 첫날, 바쁜 ‘걸음 멈춘 채’ 나를 응시하는 시간, 계절의 순환에 따른 생명인식이 존재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시. 시조집 ‘응시’는 2012 이호우 이영도 시조문학상 수상작이다.

    -김진희(시조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