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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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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오영민(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2-11-2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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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비운

    장경각

    고즈넉한 내 뜨락에

    한 줄의 경전 같은 자목련이 피고 있다



    만행을

    떠났던 봄빛이

    밀밭 건너 오고 있다

    <2012 경남시조 29호> 에서


    ☞적요의 시간에 맑고 투명한 시조 한 편 건져 올린다. 구도자의 설법 같은, 따뜻한 불빛 하나가 시린 가슴을 가득 채운다. ‘고즈넉한 내 뜨락에’ 텅 빔의 충만함이여, 우주의 질서, 삼라만상이 촉각 세워 떨리는 전율이여!

    한겨울 추위에도 옷 벗은 장경각 빈 뜨락에 자목련이 눈을 떴구나. 꽃피운 ‘자목련의 향기’와 교감하는 순간에도 시인은 내면의 부름에 귀 기울이고 있다. 그리하여 심연 속의 울림인 듯 그리움이 불려 나온다. 그 길로 누군가 밀밭 건너오고 있다. ‘만행을 떠났던 봄빛이’ 아스라히 손짓하여, 눈 뜨는 희망의 불씨여!

    정(靜)과 동(動)이 고요하게 머무는 한 폭의 이미지를 액자로 걸어두고 싶은 깔끔한 시조 한 수, 참 향기롭다.

    김진희(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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