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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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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장애인을 향해 마음을 열어 본 적 있습니까?- 최환호(경남은혜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13-04-0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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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영희(가명)에게. ㅂㅅ, 널 위해 준비했어.” 어느 해 4월 20일(장애인의 날) 모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일. 교실 칠판에 크게 적힌 낙서를 보고 혜지(가명)는 펑펑 울었다. ‘ㅂㅅ’은 아이들은 다 아는 말, ‘병신’이라는 뜻이었다. 이 일을 전해들은 엄마는 가슴이 무너졌다.

    #2. 지성인이라는 대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JM이 뭘까? JM은 대학생들이 장애인을 흉내 내며 자기를 소개하는 행위를 말한다. 얼마 전 서울의 대학생들이 미팅에서 만난 여학생들에게 JM을 요구했다가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장애·비장애 학생이 섞여 공부하는 통합교육이 확대되면서 전체 장애 학생 8만3000여 명 중 5만8000여 명(약 70%)이 일반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일반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까지도 장애 학생 통합교육은 물론 관계 형성에 대한 자세와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서 “장애아를 친구로 사귈 생각이 있다”는 초·중·고생은 37.5%밖에 안 됐다. 많은 부모가 장애 학생 때문에 학급 분위기가 산만해져 자기 자식이 피해를 볼지 모른다고 걱정부터 한다. 실제 장애 학생과 장애인이 일반 학생과 비장애인에 비해 학교 폭력과 성폭행 등 각종 범죄피해를 겪고 있으며, 향후 발생 가능성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쉬쉬하는 분위기 탓에 정확한 조사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유명 정치인의 장애인 알몸 목욕 사건에 분노하고 영화 ‘레인 맨’과 ‘도가니,’ ‘7번방의 비밀’을 보며 그때만 눈물 흘린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비하와 조롱이 그득한 이율배반적 행동을 돌아보면 ‘과연 우리가 인간인가?’라는 근원적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장애인은 이 순간에도 수많은 비장애인의 선입견과 모멸감, 냉소 등 부정적 감정에 저항하고, 두려움과 고립감,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 체념하면서 힘겹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2050 선진국 클럽’에 가입하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에다 찬란한 5000년의 문화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지만, 아직도 특수학교나 장애인복지시설을 새로 짓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소문만 나도 인근 주민들이 데모부터 시작한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중증장애인을 키우기가 어려워 시설 입소를 문의하는 경우가 하루에도 몇 건씩 된다. 그럼에도 실비 입소시설이 가뭄에 콩 나듯 설치되다 보니 들어가는 것 자체가 기적인 상황이다.

    바야흐로 ‘국민행복시대’란다.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이다. 아는가?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진정한 복지가 전제되어야 하며, 진정한 복지는 단연코 장애인을 아우르는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사는 사회가 도래해야 한다. 제도와 재원만으로 복지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시민의 배려와 봉사가 선결되어야 한다. 소위 존 롤스의 ‘정의론’에 의하면 사회적 약자, 그 입장을 우선 고려하는 대다수 시민들이 정의를 실천하는 사회여야 진짜 행복시대이자 선진국이다.

    지금 장애가 없는 사람도 병을 얻거나 사고를 당하면 언제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고위험 사회’가 우리 사회 아니던가. 전체 장애인 중 후천성 장애인 발생률이 무려 89.4%에 달하는 사회다.

    하여 선결과제는 스스로를 장애인으로 인식하는 하심(下心)부터 지녀야 하리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고 차별하는 지독한 인식의 장애, 그게 중증의 장애가 아니면 그 무엇이란 말인가.

    문득 들리는 생생한 음성 두 개. 지난 런던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음성합성기를 통한 외침, ‘생각의 장애를 넘어 세상을 바라보라’는 말을 기억해야 할 터. 더불어 뇌성마비장애인 이흥렬 시인의 간구(懇求). “장애인을 위한 어떠한 제도와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음의 창’을 여는 것”이라는 절규를 가슴에 새겨야 하리.

    최환호(경남은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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