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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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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사(壞死)- 김륭(시인)

  • 기사입력 : 2013-04-2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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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월의 소낙비처럼, 그대 다녀간 후였죠. 열 개의 손가락 가운데 다섯 개가 저만치 고물자동차 와이퍼로 변하더군요. 나를 지나간 모든 이들의 행운을 빌고 싶었지만 거울은 버럭 화부터 냅니다. 코가 돌부리처럼 쑥쑥 자라는, 그런 날의 얼굴이란 수음도 할 줄 모르는 노처녀의 손에 들려있는 책 같아요. 꿈틀 발밑의 지렁이가 밑줄을 긋네요. 다음엔 부디 몸을 만나러 와 줄래? 조간신문 둘둘 말아놓은 자장면그릇처럼 슬그머니 문밖으로 내놓으면 가져갈까요.



    죽지도 않고 썩었구나, 마음아

    - <시인동네 2012 겨울호>

    ☞ ‘마음’이란 늘 변화하는 것, 어떤 날엔 잘 정리된 책장 같기도 하지만 어떤 날엔 헝클어진 머리칼처럼 개수대를 빠져나가다 툭, 걸린 어정쩡한 것.

    가깝게 지내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일수록 뼈아프게 가슴이 저린다. 애인이거나 친구이거나 혈육이거나 시간이 흐르면 모두 다 신문지에 둘둘 말린 ‘자장면그릇처럼’ 내 곁을 떠나간다.

    ‘지렁이’는 책속의 활자처럼 꿈틀거리는 욕망이면서 화자로부터 출발한 본능이다. 시인의 불온한 눈빛이 행간에 번뜩인다.

    박우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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