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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테러리즘- 김성종(작가·추리문학관 관장)

  • 기사입력 : 2013-05-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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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적군파, 독일의 대명사 바더 마인호프, 이탈리아의 붉은 여단은 모두 60~70년대에 악명을 떨쳤던 좌파 테러단체들이다. 그러나 좌파 테러단체들은 70년대를 고비로 공산주의 몰락과 함께 소멸되고 대신 새롭고 강력한 힘을 가진 테러가 등장하는데, 바로 이슬람 무장세력의 테러이다. 이슬람 테러 상대는 처음에는 이스라엘이었지만 그 영역이 점차 확대되어 지금은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방 세계이고, 문명 충돌의 양상까지 띠고 있다.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차이는 무엇보다도 표현의 자유에서 비롯된다. 기독교 문명은 과거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신성 모독과 같은 개념을 상실, 비판에 익숙해지고 너그러워진 반면 이슬람은 신성 모독을 금기시한 종교관으로 신성을 모독한 자를 단호하게 응징한다. 영국 작가 샐먼 루시디가 소설 ‘악마의 시’에서 마호메트를 풍자하고 코란을 악마의 계시라고 썼다가 호메이니의 명령으로 목에 100만 달러의 현상금이 내걸린 채 이곳저곳으로 도망다닌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네덜란드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는 이슬람의 여성 차별을 비판한 영화 ‘굴종’을 제작했다가 암스테르담 거리에서 자전거를 탄 채로 총에 맞아 죽었는데 그것도 모자라 범인은 칼로 그의 목을 베고 격문을 가슴에 꽂기까지 했다.

    갈수록 격렬해지던 이슬람 테러는 급기야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함으로써 그 정점에 이른다.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9·11테러는 사망자만 3000여 명에 이른 대참극이었는데, 알카에다의 애초 계획은 10대의 비행기를 납치해서 태평양상에서 폭파하는 것이었다. 그중에는 한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9·11테러를 감행한 19명의 테러리스트들은 대부분이 함부르크 공대 출신들로 독일에서 나고 자랐다. 그들은 왜 테러리스트가 되었을까?

    이슬람 테러와 미국과의 관계는 2차 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군이 침공해오자 스탈린은 소련연방 내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출신 이슬람 청년 수백만 명을 징집, 총알받이로 대독전선에 내보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독일군의 포로가 되고, 나치의 설득에 소련 군복을 벗고 이번에는 독일군이 되어 소련군에게 총부리를 겨눈다. 그리고 얼마 후 종전이 되자 그들은 연합군의 포로가 되어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소련은 회교도 포로들을 반역자로 처단할 준비를 하고 당장 돌려보내라고 독촉한다. 오갈 데 없이 국제 미아가 된 포로들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그들을 받아준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였다. 소련과의 냉전이 시작될 것을 예견한 미국은 그 포로들을 냉전에 이용하기 위해 소련에 돌려보내지 않고 대부분 독일에 정착시킨다. 현재 독일에는 400만 명의 이슬람 교도가 거주하고 있는데, 9·11테러의 범인들은 2차 대전 당시 포로로 붙잡혔다가 독일에 정착한 이슬람 교도들의 후손인 셈이다.

    미국이 소련과의 냉전에서 이슬람 교도들을 십분 이용한 삭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였다. 베트남 전쟁에서 지칠 대로 지친 미국은 더 이상 아프가니스탄 전장에 직접 개입할 여력이 없었고, 그래서 대신 이슬람 교도들을 훈련시키고 그들에게 첨단 무기들을 지원해서 그들을 아프가니스탄 전장에 투입시켰다. CIA가 당시 뉴욕에서 이슬람 용병들을 모집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CIA가 훈련시키고 지원한 이슬람 교도들은 무자헤딘(성스러운 이슬람 전사)으로 단련돼 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 소련군과 맞서 싸웠고, 결국 소련은 10년 동안 고전하다가 패퇴하고 만다. 그리고 10년이 흘러 그 자리에 미군이 들어온다.

    9·11테러 직후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이 숨어있는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그들을 맞이한 것은 그들이 훈련시키고 지원했던 무자헤딘들이었다. 과거의 동지가 이제는 적이 되어 서로 총부리를 겨누게 된 것이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이제 전 세계에서 무자헤딘의 테러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 입장이다. 역사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무래도 신만이 아는 것일까.

    김성종(작가·추리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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