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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란 팔- 문복주(시인)

  • 기사입력 : 2013-05-1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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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나를 안을 때

    나는 기다란 팔을 생각한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꼭 안고 캄캄한 세상을 건너

    내가 눈을 떴을 때

    놀라운 세상이 나타나는 기다란 팔과 날개를 가진 사람

    기다란 팔과 날개를 가진 사람은 세상에 없다

    나는 지금도 잠자면서 기다란 팔을 가진 사람이

    나를 안고 어딘가로 날아가는

    숨쉬기도 힘들게 나를 껴안고

    꽃이 가득 핀 저 세상으로 나를 데려다 주는

    기다란 팔과 날개를 가진 사람을

    아직도 기다리며 나는 잠든다

    - 시집 <철학자 산들이> 문학의 전당. 2012

    ☞ 우리는 거대한 문명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가를 스스로를 통해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기다란 팔’과 같은 멘토를 ‘아직도 기다리며’ 잠을 자는 줄 모릅니다. 꿈속에서도 ‘꽃이 가득 핀 저 세상으로 나를 데려다 주는’ 멘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잠을 자면서 꿈을 꾸는 행위는 삶을 통해 체험했던 기억들과 성취하고자 했던 것들을 무의식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기억은 구체적으로 살아 있는 실존의 표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제를 기억한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에 의해서 선택된 과거의 되돌림과 같습니다.이따금 꿈속에서 시간의 그림자를 이끌고 터벅터벅 걸어오는 사람을, 생경한 나를, 내가 만나기도 합니다. 이처럼, 詩가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언어가 활자 밖의 이 공간에서 숨을 쉬기 때문입니다. 박우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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