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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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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그림으로 떠나는 낚시여행- 옛 그림 속 낚시로 본 조상들의 삶과 풍류

조선 최고 화가 작품 ‘낚시’ 주제로 묶어 소개

  • 기사입력 : 2013-07-1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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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원 김홍도 作 ‘조어산수’
    겸재 정선 作 ‘한암조어’,




    ‘쏘가리는 곧 궐(?)이다. 그것은 입궐해서 뭔가를 낚아 보고 싶은 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세상이 잘 낚이지 않으니 마음은 더더욱 착잡했을 것이다. 한때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올 정도로 인재였기에 사실상 쏘가리를 잡을 가능성은 높았지만, 훗날 왕을 모시지 않았다 하여 사헌부의 공격을 받았으니 다 잡은 쏘가리를 끝내 놓친 셈이 된다. 그림을 그린 이의 안타까운 마음이 화폭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림의 낚시꾼은 이경윤 자신이다.’(30쪽)

    지친 삶 속에서 낚시로 활력소를 찾거나 일상의 무료함을 낚시로 달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낚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자세를 가다듬을 수는 없을까? 이 책이 이런 물음에 답을 건넨다.

    부산토박이로 평생 바다를 보고 살아온 저자는 ‘일요낚시’ 기자를 했던 낚시 전문가이다. 불문학을 전공해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온 저자는 그러면서도 미술에 조예가 깊고 한학에도 대단한 식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전문적인 경륜과 그림에 대한 안목, 한학에 대한 식견까지 융합돼 나온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옛 그림에서 포착한 생생한 낚시 현장, 그 속에 담긴 조상들의 삶과 풍류를 아름다운 우리 고전과 함께 버무렸다. 사계절의 빼어난 정취를 잘 담은, 조선 최고 화가들의 작품을 ‘낚시’라는 주제로 묶어 독자에게 소개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장으로 나눈 열두 편의 글에는 전문가의 내공이 살아 있으면서도, 옛 그림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가득하다. 낚시하러 온 사람의 사정과 성격까지 은연 중에 풀어낸 이야기로 단순히 ‘박제된 유물로서의 그림’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그림’을 만나게 한다.

    김홍도의 ‘조어산수’에서 정선의 ‘한암조어’, 최북의 ‘한강조어’ 등 옛 그림 20여 점의 의미와 창작 배경, 조상들의 가르침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낚싯대 하나에 불필요한 감정을 비우고 자신을 추슬렀던 그림 속 어부의 마음이 신선한 감각으로 되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연 속에 은거하는 강태공부터 생업으로서 끼니를 잇기 위해 물고기를 낚는 일반 백성의 모습까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조상들의 실생활을 담백한 글솜씨로 담아냈다. 유형은 다르지만 그 안엔 동양이 꿈꾸던 철학과 예술의 본류가 담겨 있다는 평도 듣는다.

    저자는 그림 속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것과 똑같은 문제가 들어 있다고 시사한다. 물질과 경쟁적 시스템, 성공에의 압박, 제도적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비록 수백 년의 시간이 가로놓여 있지만, 책을 읽을수록 그들이 연출해내는 삶의 진정성이 시간을 넘어 손에 잡힐 듯 다가오게 한다.

    200여 쪽에 불과한 이 책은 먼저 양에서 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매 장마다 그림에 어울리는 중국, 한국의 시와 산문, 낚시에 관한 산문을 우리글로 옮겨 자료로 싣기도 해 이해를 돕는다. 또한 고기잡이 변천사를 나타낸 ‘어구변증설’에서는 낚시 릴에 대한 옛 그림을 실었다. 동양이 서양보다 앞선 3세기경에 이미 릴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이채로운 내용은 독자에게 덤이 되기도 한다.

    안국진 저, 책읽는오두막 간, 1만3000원


    정오복 기자 obokj@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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