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16일 (목)
전체메뉴

맹인- 이우걸

  • 기사입력 : 2013-09-05 11:00:00
  •   




  • 맹인은 사물을 손으로 읽는다

    손은 그가 지닌 세계의 창이다

    마음이 길을 잃으면

    쓸쓸한 오독(誤讀)도 있는…



    눈 뜬 우리는

    또 얼마나 맹인인가

    보고도 만지고도

    읽지 못한 세상을

    빈 하늘 뜬구름인양

    하염없이 바라본다.

    - 시선집 <어쩌면 이것들은> 중에서

    ☞ 손으로 세상을 읽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지팡이를 거쳐서 손까지 전달되는 땅의 전언, 그의 손끝에 닿아서 자신을 여는 사물들, 이들을 읽어내는 힘은 손끝의 감각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잡기 없는 마음이 포개져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가끔 ‘마음의 길을 잃으면/ 쓸쓸한 오독’을 합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들은 세상과 사물을 더 신중히 받아들이며 사는 것 같습니다. 사색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읽으니 그 속뜻을 정확하게 짚어낼 것입니다. ‘손은 그가 지닌 세계의 창’이라니 이보다 더 슬프고 아름다운 운명이 있을까요.

    우리가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일에는 잡다한 선입견이 묻어 있습니다. 숲에서는 눈을 감아야 생명의 소리가 잘 들리듯, 눈을 감아야 교감이 이루어질 때가 많지요. 시인은 ‘보고도 만지고도/ 읽지 못한 세상’에 대해 자성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길을 잃었다고 느끼는 걸까요.

    우리는 세상을 제대로 읽지 못하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시인이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조용히 눈감은 채, 세상을 마음의 손으로 읽고 마음의 발길로 걸어보자고. 세속의 소용돌이를 잠시 비켜 설 수 있게 말입니다. 이주언 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