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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외상으로 잡아먹은 소의 반란… 거가대교- 김용대(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3-09-0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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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창원에서 거제 가기가 멀지 않다. 지난 2010년 거가대교가 완공되면서 생긴 일이다. 통행료도 유류가격과 시간을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고마운 다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개인인 나는 편리하고 고마운 다리지만 경남도로 보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골칫거리다. 이뿐이 아니다. 마창대교도 마찬가지고, 김해~부산 경전철은 더하다. 재정을 퍼붓다시피 하고 있고, 최소 수십 년간 이러한 악몽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남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627건이다.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처럼 꼼꼼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너도나도 이것저것을 만든 결과다. 외상으로 잡아먹은 소의 반란이랄까.

    그런데 최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혈세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들어온 거가대교의 자본 재구조화 협상을 잠정 타결해 경남도와 부산시의 재정 부담액은 5조4000억 원대에서 1000억 원대로 낮춰질 전망이라고 한다. 지난 한 해 거가대교에 투입된 재정부담이 232억 원이었으니 40년간으로 따지면 1000억 원은 돈도 아니다. 신비한 마법 상자는 바로 수입보장 구조를 MRG(최소운영수익보장) 방식에서 SCS(비용보전) 방식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경남도는 밝히고 있다.

    전망대로 된다면 참 잘한 일이다. 박수를 보낸다. 최근 민간투자사업의 방식이 MRG에서 SCS로 변경하는 것이 대세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든다. 경남도 입장은 회계전문가와 법률전문가들이 총출동해 이 모델을 개발했고, 중앙정부도 승인을 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대단한 성과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 당시 전문가와 전문기관에서 예측했던 통행량이 보기 좋게 빗나갔고, 완공 3년도 안 돼 결과는 참담했다.

    문제는 엄청난 재정이 투입된 사업인데도 지금까지 경남도(부산시 포함)와 GK해상도로 간 체결한 협약내용을 알고 있는 도민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이렇다. ‘부산~거제 간 연결도로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은 비밀이기 때문이다. 장막 뒤에서 철저하게 비밀로 협상을 했다.

    한 예로 비밀 조항이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 2011년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400억 원의 공사비가 부풀려졌다며 경남도(부산시)에 환수를 통보했다. 그러나 경남도는 어이없게도 법원을 통해 재판하지 않았고, GK해상도로가 대한상사원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해 경남도가 패소했다. 중재 결과는 협약 당시 1조4397억 원(1999년도 불변가격)의 공사비가 투입되는 것으로 했기 때문에 1조 원이 투입됐다 해도 1조400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인정했다. 따라서 헌법기관이고 최고의 감사기관이 공사비가 부풀려졌기 때문에 그만큼 환수하라고 해도 환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중재 비용도 GK해상도로가 부담했다. 원인은 중재 결과에 따른다는 ‘실시협약’에 있고, 항소도 못 하도록 하고 있다. 경남도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400억 원 중 기껏 17억 원을 환수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쯤 되면 기가 찰 노릇이다.

    또 이번 SCS로 변경하는데 어떻게 5조4000억 원의 재정부담을 1000억 원으로 낮출 수 있을까의 문제도 여전히 궁금하다. 쉽게 말해 SCS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를 한 업체에 먼저 갚도록 하고 낮은 은행 이자를 부담하는 것이다. GK해상도로에 보장하는 수익률을 낮췄다는 얘기다. 그러나 빌리는 돈 1조6000억 원 중 절반은 고정금리로, 또 절반은 변동금리로 한다. 만약 현재처럼 저금리 시대가 된다면 별로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40년간 빌리는데, 10년 20년 이후를 누가 알겠는가. IMF 때처럼 두 자릿수로 오른다면 이는 또 다른 재앙이다. 새롭게 추정한 통행예측량도 여전히 전망에 불과하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아쉽다.

    이제 모든 것을 도민들이 충분히 알아야 된다는 사실이다. 재정부담의 실제적 주체는 도민들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여전히 외상으로 소를 잡아먹었고, 그 대가가 앞으로 37년간이나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김용대(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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