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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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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 가을에 건축의 향유를!- 이강주(창원대 건축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13-10-1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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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도내 건축인들이 매주 뜨거운 마음으로 모이는 자리가 있다. 바로 2013 경남건축문화제의 성공을 위해 땀 흘려 준비하는 현장이다. 경남에서 건축과 관련된 민(건축사)·관(공무원)·학(교수)의 전문가들이 결성한 사단법인 경남건축문화연합이 매년 개최하는 경남건축문화제는 올해는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건축을 ‘목전의 돈’으로 섬기던 시대를 살아왔다. 이 시절 건축이 문화라는 이름으로 들어올 여지는 한 치도 없었다. 몇 십 년이 지나 그 결과는 참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살 만한 곳, 즉 장소의 상실’이었다. 과거가 상실의 시대였다면 이제부터는 회복의 시대가 도래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회복의 시대는 저절로 오지는 않는 법이다. 오직 지난한 노력을 통한 성취를 통해서만, 그것도 느릿한 걸음으로 천천히 다가올 것이다.

    ‘회복의 시대’를 위한 노력의 핵심은 무엇일까? 단언컨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름다움을 힘으로, 건축을 문화로, 도시라는 삶의 자리에 필요한 것이 겸손과 배려임을 깨닫는 바로 당신인 것이다. 흔히 건축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건축은 자본 이전에 삶의 터전에 대한 철학이다. 당신에게 자본이 있는가. 그러면 당신은 우울한 도시를 치유하기 위해 건축이라는 아로마를 피울 수 있다.

    어느 깊은 밤, 자본이 없는 대다수의 우리 또한 차들이 점령한 동네 골목길을 어떻게 하면 사람의 향기로 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 있다. 아직 어린 당신은 올해도 일본 건축가가 수상한 프리츠커상(건축의 노벨상)을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어 내가 받아보겠노라고 꿈꿀 수 있다. 이런 당신과 당신이 모여 우리의 건축과 도시는 ‘살 만한 곳’으로 회복되는 것이다.

    경남건축문화연합의 존재 의미 또한 우리 안에 있는 ‘당신’의 역할일 것이다. 이것이 건축에 직접 몸담고 있는 주체로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건축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는 이유이다.

    이쯤에서 올해 준비하고 있는 행사들에 대한 소개를 해야겠다. 먼저, 이번 건축문화제에 미래세대의 많은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100여 점에 달하는 살고 싶은 집에 대한 초, 중학생들의 아이디어 작품들을 필두로 전국에서 모여든 예비 건축인들의 치열한 설계경기 작품들, 그리고 도내 대학생들이 뜨겁게 경쟁하는 건축올림피아드 현장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주최 측에서 고르고 또 고른 주옥같은 건축영화들도 만날 수 있다. 전문가들도 힘을 보탰다. 도내 건축사들과 교수들의 작품들은 물론 부산에서 성황리에 끝난 국제초대건축전 작품들도 그대로 옮겨와 전시된다. 이 외에도 도민 참여 마당과 심포지엄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으리라.

    우리 모두가 채워 나가는 건축문화제가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당신’에게 권유한다. 이 가을에 건축의 향유를!

    이강주(창원대 건축학부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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