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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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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행복한 경남!Ⅱ ⑨ (유)자연향

다문화여성 꿈과 열정 녹여 천연비누 만드는 행복 일터

  • 기사입력 : 2013-10-2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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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창군 남상면에 있는 천연비누 제조업체인 (유)자연향에서 직원들이 환한 미소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자연향에서 만든 천연비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향기가 가득하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향이다.

    거창군 남상면에 있는 천연비누 제조업체 (유)자연향, 업체 이름만큼이나 향기로운 회사다.

    향기는 비누에서만 나는 건 아닌 것 같다. 김재순(50) 대표를 포함해 직원수는 총 8명, 6명의 직원이 다문화여성이다.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필리핀 등 국적은 다르지만 회사 분위기는 가족 같다.

    자연향이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받은 것은 지난 2012년, 김 대표는 다문화지원센터 등에서 다문화여성에게 한글교육과 상담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다문화여성 고용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한글 교육과 상담을 하면서 다문화여성에 대한 고충을 많이 이해하게 됐다”며 “직업을 통해 다문화 여성의 자존감도 높여주고 삶의 의욕을 채워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직 매출규모가 크지 않지만 매출은 계속 신장하는 추세다. 올해만 해도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올랐다.

    매출 신장의 비결은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애사심이다. 자연향에서 제조되는 비누는 시중의 천연비누와는 확실히 다르다.

    파프리카 비누, 오미자 비누, 산초 비누, 클로렐라 비누, 사과 비누, 숯 비누, 삼백초 비누, 1년에서 3년까지 숙성되는 발효비누까지 직원들의 열정이 녹아 있다. 재료는 거창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농산물이다. 가북면에서 생산되는 3년 숙성된 오미자, 사과는 남상면의 고랭지 사과 등 재료부터 차별화시켰다.

    재료도 아끼지 않는다. 김 대표는 시중의 어느 천연비누보다 천연재료 함량이 많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화학성분은 일체 들어가지 않는다. 시중의 천연비누는 파라핀 성분인 스테아르 산 등 화학성분이 미량이라도 들어가기 마련인데 자연향 제품은 화학성분을 전혀 넣지 않았다. 김 대표는 천연계면활성제조차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 번 구매한 분들은 우리 제품의 마니아가 된다”며 “고객에게 아토피가 개선됐다거나 피부트러블이 없어져 고맙다는 얘기를 들으면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품의 우수성에는 직원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크다.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통해 제품개발에 대한 아이디어, 제품 사용에 대한 피드백, 홍보방안 등에 의견을 나눈다. 김 대표는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다. 직원들의 의견에 따라 개발단계에 있는 제품을 수정해 보완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다문화여성들은 젊고 꿈이 있다”며 “직원들 각자가 사장이라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일한다”고 말했다.

    팀장을 맡고 있는 리치응원(35·중국) 씨는 자연향에서 일한 지 2년이 됐다.

    그는 “입사하기 전에 여기저기 아르바이트를 했었다”라며 “여기서 일하면서 꿈이 더욱 커졌고 어떤 일이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입사 1년6개월 된 언저리(33·네팔) 씨는 일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즐겁다.

    그는 “입사하기 전에는 주로 집에만 있으면서 사람들과의 소통이 제한적이었다”며 “직장을 다니니 기술도 배우고 한국말도 빨리 배울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자연향의 주 납품처는 관공서나 여성단체 등 사회단체이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www.js1004.co.kr)에도 꾸준히 매출이 오르고 있다.

    판매 외에도 천연화장품, 공예제품 체험장도 운영한다.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체험장에서 비누제조, 양초공예, 아로마 오일 등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자연향의 목표는 수출이다. 숙성되는 발효비누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긴 것은 3년까지 숙성을 시키니, 장인정신으로 비누를 빚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매출 증대에 따라 다문화여성 채용도 점차 늘릴 계획이다.

    지금은 여덟 아낙네로 꾸린 자연향의 향기, 그 향기가 세계로 뻗어나갈 일도 머지않아 보인다.

    글=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사진=성승건 기자 mkseong@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인터뷰 (유)자연향 김재순 대표

    “다문화가정 기틀은 다문화여성 자립서 시작”



    “가족의 기틀은 어머니가 바로 서야 하듯이 다문화가정의 기틀은 다문화여성의 자립에서 시작됩니다.”

    (유)자연향 김재순 대표가 다문화여성 고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거창 농업기술센터와 다문화지원센터 등에서 한글을 가르치면서이다.

    김 대표는 다문화여성과 상담도 많이 했다.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많이 알게 됐죠. 무엇보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다문화 여성들의 이혼문제, 경제 문제 등을 접할 때마다 김 대표는 다문화 여성의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김 대표는 “정착을 하려면 직업을 가져야 한다”며 “직업을 가지면 자존감도 높아지고 목표가 생긴다”고 했다.

    그는 다문화가족들의 2세 문제가 사회적으로 떠오르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김 대표는 “어느 사회나 2세가 중요하듯이 다문화가정도 마찬가지이다”며 “어머니가 잘 정착해야 2세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자연향의 수익금으로 사회봉사활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연중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벽지 바르기, 장판 깔아주기 등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다문화가족의 복지 향상에 계속 매진해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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