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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낭만적 정열- 이종훈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3-11-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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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깊은 가을이다. 한 발짝만 내디뎌도 낭만이 넘쳐 나고, 스쳐 지나가도 눈이 부신 아름다운 계절이다. 걷고 또 걸으면서 사색을 즐기기에도, 낙엽을 밟으며 고독을 음미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이다.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이 우리들 가슴속까지 물들여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때이기도 하다. 별일 아닌 데도 눈물샘을 자극해 괜히 훌쩍거리기도 하고, 영화와 드라마, 소설 속의 이야기가 자신의 일인 양 몰입돼 감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래서 가을인가 보다. 아주 깊어가는….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다시 못 올 곳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가수 최백호가 1995년 발표한 곡 ‘낭만에 대하여’는 만추에 어울리는 대중가요 중 하나이다. 또 이용의 ‘잊혀진 계절’,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 김광석의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 등도 이 즈음에 자주 부르는 노래이다.

    ▼가을 하면 가장 많이 연상되는 단어는 낭만, 단풍, 낙엽이라고 한다. 특히 낭만이라는 단어는 감미로운 분위기를 자아내 문화예술인들이 사랑하는 명사이다. 1934년 창간한 우리나라 최초의 연극전문지 이름도 ‘낭만’이다. 18~19세기 유럽에서 계몽주의에 반대해 나타난 낭만주의는 비현실적인, 지나치게 환상적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으며 이성과 합리, 절대적인 것에 대해 거부한 사조였다.

    ▼그렇다고 무작정 환상적이지는 않았다. 항상 정열이라는 불꽃으로 온 몸을 살랐다. 한국은 1920년대에 낭만주의가 대두하면서, 동인지 ‘백조(白潮)’를 중심으로 홍사용, 박종화, 이상화 등이 중심이 돼 낭만성을 추구했다. 그러나 이들의 추구는 낭만적 정열보다는 낭만적 허무에 빠진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프롤레타리아문학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낭만 가수’ 최백호가 최근 ‘아이돌 가수’ 아이유와 함께 듀엣곡을 불러 감동을 자아냈다. 그의 불꽃 같은 ‘낭만적 정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종훈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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