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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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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이곳, 거창(居昌)- 김재수(영화감독·거창 신원면 수동마을 이장)

  • 기사입력 : 2013-12-0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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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창(居昌)은 거창(巨創)한 곳입니다.

    거창군은 경남의 서북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북쪽으로는 경북 김천시와 전북 무주군과 접해 있고, 동쪽으로는 합천군과 남쪽으로는 산청군, 서쪽으로는 함양군과 인접해 있습니다. 거창은 거창한 산이 많습니다. 1000m가 넘는 산이 스무 개가 넘습니다. 그래서 거창은 인접한 지역에서 물 한 방울 흘러들지 않는, 거창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로만 생활을 영위하는 그야말로 청정한 지역입니다.

    다시금 생각의 끈을 잠시 놓으시고 거창의 물을 느껴보십시오. 그 물로 생산되는 온갖 농산물을 생각해 보십시오. 거창사과, 거창딸기, 거창오미자, 거창포도 등등…. 입안에서 행복한 생활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거창은 1읍 11면에 약 6만4000여 명(2012년 기준)이 살고 있습니다. 거창은 귀농(귀촌)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1순위입니다. 귀농(귀촌)을 생각하고 계신다면 거창으로 결정하십시오. 거창은 또 교육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입니다. SKY(서울, 고려, 연세대)에 몇십 명 보냈다는 등 외적인 것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인문학의 다양한 학습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귀농한 어느 시인이 ‘연구공간 파랗게 날’을 만들어 거창군민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고택에서 듣는 인문학 강좌’는 거창의 선비정신을 되살리는 데 그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거창(居昌)은 비창(悲愴)한 곳이기도 합니다. 6·25전쟁 와중에 민간인이 대량 학살을 당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거창양민학살사건’이지요. 1951년 2월 거창군 신원면 일대에서 국군의 공비토벌과 통비분자 색출을 명분으로 민간인 719분을 집단 학살한 사건입니다. 이승만정부에서 그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책임자 처벌이 있었으면서도(나중에 유야무야됐지만) 아직도 유족들은 미진한 명예회복과 배·보상도 받지 못하는 서럽고 원통한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쟁이 낳은 또 하나의 비극으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1951년 경상남도 거창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달빛 교교하고 별빛 창창한 오늘 밤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듣습니다. 절망과 비관으로 일관되었던 그의 만년의 삶이 녹아 있는 마지막 작품입니다. 어둡고 무거운 선율이 신원골을 감싸고 흐르네요. 절망의 끝은 희망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김재수 영화감독·거창 신원면 수동마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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