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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파파게노 효과(Papageno effect)- 차상호 사회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13-12-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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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파게노 효과(Papageno effect). 자살에 대한 언론보도를 자제하면 자살충동을 예방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뜻한다. 유명인의 자살이 동반자살을 부추긴다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의 반대되는 개념이다.

    ▼최근 안타까운 소식이 여럿 있었다. 30대 남성이 자신의 차에서 숨진 지 닷새 만에 발견됐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해 고민해 왔다고 한다. 삼수를 하던 20대가 수능 성적을 비관해 투신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신문지상에는 보도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33.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배나 높다. 33분마다 한 사람이 스스로 세상을 떠난다. 언론의 자살 보도가 자살 빈도와 자살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다. ‘베르테르 효과’를 언론이 오히려 조장한다는 비판도 수없이 나왔다.

    ▼‘파파게노’는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캐릭터다. 연인과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비관해 자살하려 할 때 요정의 도움으로 죽음의 유혹을 극복하고 연인과 재회한다는 일화에서 유래된 것이 ‘파파게노 효과’다. 1980년대 오스트리아에서 지하철 자살이 급증하자 대책을 찾던 중 언론보도가 자살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부는 언론사에 자살보도 자제를 요청했고, 대부분 언론사가 이에 협조했다. 놀랍게도 자살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후 오스트리아는 정론지와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자살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자살 보도 권고기준 2.0’을 만들었다. △자살 보도 최소화 △자살 단어 사용 자제 및 선정적 표현 피하기 △자살 관련 상세 내용 최소화 △유가족 등 주변 사람 배려하기 △자살과 자살자에 대한 미화나 합리화 피하기 △사회적 문제 제기 수단으로 자살 보도 이용 않기 △자살로 인한 부정적 결과 알리기 △자살 예방에 관한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 등이다. 보도 자체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자살 보도의 진짜 목적은 자살을 일으킨 사회문제를 바로잡고 예방하기 위함이며, 희망을 주는 것이니만큼 보다 신중하게 취재하고 보도할 것이다.

    차상호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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