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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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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고파 벽화마을’ 이제 시작이다- 이광석(시인·문예부흥운동 대표)

  • 기사입력 : 2013-12-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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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부랑 달동네 골목길이 수십 년 지켜온 ‘꼬부랑’이란 전설을 떼 내고 벽화 마을 꼬부랑길로 거듭났다. 오랜 세월 미처 손보지 못했던 낡은 담장, 허름한 지붕, 오르내리기 힘든 길, 곰팡이 핀 벽면 등이 말끔히 단장되고 그 자리에 지역 화가들이 정성 들여 입힌 벽화가 숨을 쉬고 있었다.

    지난 5일 경남은행과 창원시가 기획 투자(약 1억 원)하고 지역주민 등이 참여해 선을 보인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 마을 준공식’ 자리에는 기관단체장, 주민대표, 지역 예술인 등 300명이 참석해 벽화 마을의 탄생을 축하했다. 성호동 문신미술관 옆 달동네 가구(30가구) 길이 452m에 이르는 골목길을 벽화로 다듬어 마산의 아름다웠던 옛 정취를 되살려 본 문화 사업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마을 앞에 다닥다닥 엉켜 늘어선 고층 건물더미에 걸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가고파의 바다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동네에 큰 경사’라며 꼬부랑 동네 어르신들이 풍물놀이패의 흥겨운 춤 가락에 맞춰 어깨춤을 추는 모습이 벽화만큼이나 정겨워 보였다. 일부 반대의견도 없지 않았고 어떤 집에서는 마음에 드는 그림으로 다시 그려달라는 주문도 있었다는데, 그만큼 주민들의 관심과 동참으로 일궈 낸 의미 있는 결실로 평가된다.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 마을’의 준공은 마산 벽화 시대의 시작이다. 밋밋한 공간을 그림으로 채우는 작업이 아니라 소박하면서도 정이 가는 이야기를 보듬은 벽화를 꾸며 오가는 관광객들과 서로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게 바로 다시 찾고 싶은 명소가 되는 바른 선택이다.

    관광 명소의 충분조건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첫째 벽화로서의 신선한 가치, 주민의 애정 어린 관심, 쉼 없는 당국의 정책적 지원, 문화콘텐츠로서의 개발 잠재력, 대외홍보 등이 고루 어우러져 하나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선결요건이다. 문신미술관·무학산 둘레길과의 연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가고파의 바다를 만져볼 수 있는 체험적 접근도 요구된다.

    아직은 시험단계에 있긴 하지만 창동예술촌의 활성과, 그리고 가고파의 상징적 네트워크인 임항선 그린웨이, 전국 최초로 조성된 산호공원 시의 거리와 정서적 유대를 공유하는 작업도 마산벽화의 역동성을 고무하는 활력소가 되리라고 본다.

    김치가 나눔의 공동체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듯이 가고파는 예향 마산을 상징하는 묵은지다. 그 가고파의 바다를 신라시대부터 인문학의 성소로 꽃피운 최치원의 유일한 피붙이 월영대의 가치를 선양하는 운동도 시급하다. 만날고개 들머리 왼쪽 송림 부근에 최치원누각(혹은 기념관)을 세우자는 문화콘텐츠 사업 추진은 문화마산의 새로운 관광자원 창출의 핵심과제라며 언론 (경남신문)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우리 대통령에게 바친 헌시 ‘범해’(푸른 바다에 배 띄우니…)의 무대가 돝섬 앞바다가 아니겠는가. 또한 퇴계 이황을 비롯, 당대 최고의 학자 13명이 남긴 월영대 예찬시는 한 시대를 아우르는 얼마나 아름다운 시의 벽화인가. 이 착한 사업에 손을 들어줄 지자체, 기업체는 왜 없는가. 역사가 곡(哭)할 노릇이다.

    이광석 시인·문예부흥운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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