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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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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또다시 연꽃을 기다리며- 조윤제 사회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3-12-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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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사다난했던 계사년(癸巳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매번 하는 이야기지만 ‘바로 엊그제 2013년 새해를 맞으면서 올 한해 열심히·향기롭게 살아보자’는 결심을 했던 것 같은데 벌써 연말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 세모를 맞아 ‘열심히·향기롭게’ 살자고 했던 그 결심의 목표치에 얼마나 도달했는지 자문해 볼때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에 또 한 해 대충 살았구나 하는 자괴감도 든다.

    ▼열심히·향기롭게 살자는 그 결심은 연과 연꽃을 보면서 정하게 됐다. 연과 연꽃을 보면 수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연꽃이 핀 물은 퀴퀴한 냄새를 사라지게 하고 그 주변을 향기롭게 한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과 온정을 베풀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데 동참하고 싶었다. 연꽃은 둥글고 원만해 사람의 마음을 온화하고 즐겁게 만든다. 그래서 항상 미소를 띠고, 말을 부드럽게 하면서 인자해지고 싶었다.

    ▼부조리의 진흙탕이 많은 사회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기 위해 진흙에서 자라지만 결코 진흙에 동화되지 않는 연처럼 살고 싶었다. 한 방울의 오물이라도 묻으면 바로 굴러 떨어지게 해 반짝반짝 빛을 유지하는 연잎을 보면서 사회의 때를 멀리하는 영롱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부드럽고 유연해 비바람이 불어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 연꽃 줄기를 보면서 가정과 직장에서 부드럽고 융통성 있는 가장과 조직원이 되고 싶었다. 연꽃이 핀 자리에 우뚝 솟아나는 열매가 풍성해 보여 많은 선행을 베푸는 좋은 씨앗을 맺고 싶었다.

    ▼하지만 연과 연꽃처럼 살자고 했던 그 결심이 실천 없이 끝난 듯해 내년 갑오년(甲午年) 새 각오로 넘겨야 할 판이다. 그러면서 열심히·향기롭게 살지 못했던 통렬한 반성을 이듬해 세모에 또다시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올해를 보내며 가정과 직장·사회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을 아프게 했거나, 도움을 드리지 못했다면 드넓은 연잎의 마음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다. 식구들에게 보다 부드러운 가장, 선배를 존경하고 후배를 사랑하는 모범적인 직장인, 주변 지인들에게는 호탕하고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로 기억되고픈 소망을 또다시 연꽃이 피기를 기다리며 되새긴다.

    조윤제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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