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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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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딸을 선호하는 시대- 이상규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3-12-2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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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부터인지 아들보다는 딸이 효도하는 시대로 세태가 바뀌었다. 휴양지에 노부모를 데리고 온 가족은 딸의 주도 아래 사위가 장인 장모를 모시고 온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딸 둔 부모는 비행기 타고 외국 여행을 하는 반면 아들 여럿 둔 부모는 외국 여행은커녕 아들 뒷바라지에 속을 썩이는 경우가 종종 목격된다.

    ▼제사, 혈통 계승, 부모 부양 등 전통적 가치관이 남아 있을 땐 ‘그래도 아들 한 명 있어야지’란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사회에는 그동안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자식에게 노후를 의존하겠다는 부모들의 의식은 옅어지고, 출가한 딸 자식이 노부모를 훨씬 더 잘 챙기는 세태를 보면서 딸 선호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로 갈수록 아들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고 딸을 선호하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남아선호사상이 점차 퇴색되고 있다는 건 출생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수) 통계에서도 입증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출생 성비는 105~106 사이로, 정상성비(103~107)에 안착한 수치다. 이는 부모들이 아이를 가질 때 특별히 선호하는 성이 없다는 걸 뜻한다. 특히 셋째아이 성비는 우리 사회의 남아선호사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표적 지표로 인식됐다. 임신중절이 공공연했던 지난 1993년 셋째아이의 성비는 202.9로, 신생아 셋 중 둘은 남자아이였다. 그런데 이 셋째아이 성비도 자연성비에 접근하고 있다.

    ▼최근에는 딸 아들 구별이 없어진 데서 나아가 아들보다 딸을 훨씬 선호한다는 조사도 나왔다. 지난 1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 남녀 2537명을 대상으로 지난 10~11월 실시한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를 한 명만 낳는다면 딸이 좋겠다고 답한 사람은 66.2%로 아들을 선호한 쪽(33.8%)보다 2배나 많았다. 사회학자들은 노후를 자식에 의존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사회적 복지가 강화될수록 남아선호사상은 더 약화된다고 한다. 낀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바람직한 현상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이상규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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