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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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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휴학이 필수가 된 대학생- 이상규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1-1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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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같이 힘있다.” 옛날 학창시절 교과서에 수록된 민태원의 수필 ‘청춘’은 이렇게 시작한다. 소년 소녀들은 청춘이란 수필을 배우며 푸른 초원이 우거진 캠퍼스 생활을 꿈꾸곤 했다.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대학생은 그야말로 무한정 특권이 부여된 자유로운 영혼들이었다.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사정이 나아 대충 대학 졸업장만 따면 취직이 되니 대학은 꿈과 낭만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지금은 대학이 더 이상 낭만 덩어리가 아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잡는다는 보장이 없기에 청춘은 불안하다. 대학 도서관은 취업 준비생으로 가득 찬 또 다른 고3 교실로 변했다.

    ▼예전에는 군대 가기 위해 휴학하는 일 빼고는 휴학하는 학생이 드물었는데 요즘은 대학 5년이 예사다. 박성호 의원이 지난해 말 밝힌 ‘2009~2013 5년간 졸업생 등록 학기 수 현황’에 따르면, 졸업생 두 명 중 한 명은 대학을 5년간 다녔다.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건국대 강원대 전북대 전남대 등 서울 주요대학과 지방소재 국립대 13개교 23만4311명의 졸업자 중 9학기 등록 후 졸업한 학생은 7만9451명 (33.9%), 10학기 이상 등록 후 졸업한 학생은 2만7749명(11.8%)이다.

    ▼그런데 최근 취업하기 위해 휴학하는 것보다 4년 만에 졸업하는 비휴학생의 취업 합격률이 더 높다는 반가운 뉴스가 있어 눈길을 끈다. 김현동 동국대 교수가 지난 2009년과 2011년 휴학경험 유무에 따른 취업 성과를 분석한 결과, 휴학 경험자들의 취업률은 38%로 비경험자들(50%)보다 12%포인트나 낮았다. 대부분의 대학생이 어학연수, 토익, 자격증, 봉사활동 등 각종 스펙을 갖추고 그것도 모자라 5학년생이 되지만 큰 효과는 없다는 얘기다. 뒷바라지하며 고생하는 부모들 생각해서라도 4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이상규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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