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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자의 일생- 윤한신(전 마창진 합천향우회장)

  • 기사입력 : 2014-01-1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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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 아파도,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하고 헤아릴 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 채,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노래 가사만 들어보아도 옛날 여자의 일생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든 삶의 역경이었는지, 옛날 여자의 한평생 살아본 처절한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였다.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에 파묻혀 항상 남자의 부속물이 되어 살아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옳은 일을 해도 큰소리 칠 수가 없고 창살 없는 감옥처럼 가정만 지키고 자식 키운다고 손발이 다 닳도록 말 한마디 못했을 것이다.

    우선 필자의 어머니를 보아도 어릴 때 삶의 기억이 난다. 많은 자식 때문에 냇가에서 얼음을 깨고 맨손으로 기저귀를 빨고 빨래를 하고 손이 얼어서 홍시처럼 빨간색으로 변했다. 그 빨래 기저귀는 가마솥에 물을 부어 부글부글 끓여 건져서 다시 헹구어 손으로 꼭 짜서 대나무에 이쪽 저쪽 걸쳐 늘어놓는다. 게다가 농사일, 길쌈(목화, 삼, 무명옷감 재료) 등 무수한 일들이 많았다. 필자 어린 시절 마을 여자 모습을 기억해 보면 임신해 배가 부르고 등에는 어린애를 업고 머리에는 들에서 일하는 일꾼이나 남편의 점심을 먹이기 위하여 밥, 반찬을 한 대야 이고 간다.

    이런 현상은 그 시절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자식공부 시키고 먹고살기 위한 수단이기에 삶의 전쟁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고된 일을 해도 남자가 무슨 말을 해도 여자는 큰소리 못 친다. 그 시대 정서가 그랬을 것이다.

    이런 속담이 있다. 여자의 3년 세월이란다.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봉사 3년, 들어도 못 들은 척, 말하고 싶어도 모르는 척, 봐도 못 본 척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시집살이를 편안히 할 수 있다는 역설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여자들은 옛날 여자들의 삶 이야기를 하면 거짓말로 생각할 것이다. 지금 세상의 여자 삶은 달라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이제는 이 세상 여자가 큰소리 치면 잘 넘어가고 남자가 큰소리 치면 간 큰 남자라고 한다. 여자 앞에 큰소리 쳤다가는 남자가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아선호 사상이 팽배했을 때 아들 낳으면 경사가 났다고 이웃이 들썩하였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오히려 딸을 낳으면 좋아한다. 속담에 딸을 낳으면 비행기 타고 아들을 낳으면 부뚜막 탄다는 속담이다.

    한국 리서치 여론조사에 의하면 한 명 낳을 경우 딸(66.2%), 아들(33.8%)로 딸 선호도가 두 배로 많다. 여자가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남자보다 여자가 요직에 앉는 자리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사회조직단체를 보면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관공서 교육계열은 이미 벌써 성비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걱정스럽다.

    필자가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 저출산이다. 지금은 여자가 직장 가지고 아이 낳고 가정까지 돌보고 아이를 많이 낳을 수가 없는 형편이다.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는 못 잡는다. 저출산 1차 원인은 교육비가 아니라 여기에 있다고 본다.

    어찌 보면 옛날에 남자가 설자리를 여자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그 어떤 변화가 없는 한 저출산은 지속될 것 같아 보인다. 앞으로는 남존여비(男尊女卑)가 아니라 여존남비(女尊男卑)가 되는 세상이다. 과거 여자이기에 참았고 가슴 아파 설움 지니고 고달픈 인생길 눈물로 보낸 여자의 일생은 졸업을 해서 좋긴 한데 이젠 남자의 차례인가 싶다. 너무 여자의 세상이라 무섭기도 하고 저출산, 사회생활 성비 문제가 숙제로 남아있어 씁쓸하다.

    윤한신 전 마창진 합천향우회장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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