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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해는 ‘화합의 고장’ 밀양이 되길 바라며- 김종성(밀양시 사회단체협의회 사무국장)

  • 기사입력 : 2014-01-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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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전직 대통령을 모델로 한 영화가 인기다. 고졸 학력의 변호사로 사회의 편견을 이겨내며 성공하는 과정과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런 80년대 부조리한 현실에 눈을 뜨며 인권변호사로 활약하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다. 직접 거론하지는 않지만 아마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 시절에 대한 향수와 지금은 고인이 돼버린 대통령에 대한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한편으로 영화를 보면서 국가보안법과 싸우던 그분이 실제 국가보안법 폐지를 이뤘다면 더 극적이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현재까지 그 법은 논란은 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도 기본적인 골격은 유지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 정치의 한계일 수도 있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은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 속에서 이상만 가지고는 국가를 운영할 수 없는 부분이 결정에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 밀양의 갈등만 해도 그렇다. 재야세력, 탈핵단체들의 주장처럼 원자력발전소는 폐쇄하고, 송전탑은 땅에 묻고, 전기는 초전도 같은 신기술로 보내고 태양광, 풍력 등으로 생산하는 세상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요즘 떠들썩한 창조경제와 직결될 테니 국가경쟁력도 올리고, 괜한 법집행을 둘러싸고 비난받을 이유도 없이 아마도 정권의 지지율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당장 국가를 원만하게 운영하고 미래를 대비하려면, 그리고 뻔히 눈앞에 보이는 에너지난을 고려할 때 마냥 구체적인 준비와 대책을 미룰 수는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오히려 당장 오늘 결정하고 해야 하는 일을 ‘대화와 소통’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 뒤에 숨어 미루지 않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이기도 하다. 책임 없이 하는 비판과 이상적인 대안은 다시 한 번 과정을 점검하고, 최종 지향점을 제시해줄 수도 있지만, 자칫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닌 공허한 말잔치에 머무를 수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송전탑 건설이 해를 넘겨 무난히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밀양강 언덕에는 노천분향소 깃발이 나부끼고, 공사장으로 가는 도로에는 이른 아침부터 극히 일부 반대 주민과 외부세력들에 의한 점거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제 정부는 더 이상 미루거나 회피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려는 의지를 보이며 순조롭게 지나가고 있다. 경과지 마을에서도 최근에는 전체의 80%가 넘는 주민들이 개별보상금을 수령했고, 대상 30개 마을 중 23개 마을이 한전과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송전탑 건설이 어쩔 수 없는 국가적인 현실이라면 지금이라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방안을 하나라도 더 찾는 데 집중하는 게 옳다. 이런 추세라면 일부의 이념투쟁과는 다르게 어떻게든 송전탑 공사는 완료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끝까지 명분 없는 사생결단식 반대투쟁에 올인하며 꺼져가는 작은 불씨를 한 가닥 희망인 양 사회문제화시켜 이념 투쟁의 장에 밀양의 이름을 계속 올리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묻고 싶다.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을 통해서 우리 사회 인권과 민주주의 의식을 제고하였다면 그동안 끈질긴 송전탑 반대투쟁을 통해 송주법 제정과 갈등 해결기구 마련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라는 나름의 성과를 이루었다. 2014년 새해를 바라보며 이제는 분열과 대립을 넘어 우리 밀양이 새롭게 도약하는 희망의 원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김종성 밀양시 사회단체협의회 사무국장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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