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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두 번 배신한 경남은행- 이대승(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4-01-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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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년 12월 18일. 도민들에게는 악몽과 같은 날이었다.

    15년 전 경남도민들은 지역은행인 경남은행을 살리기 위해 경남은행 주식 사기에 참여했다. 경남은행 직원들도 우리주 방식으로 주식을 매입하고 도민들에게도 주식을 살 것을 권유했다. 도민들은 1998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2500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지역은행인 경남은행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독자생존을 주창하던 경남은행은 돌연 정부에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감자는 없다고 주장했다.

    공적자금 지원요청을 받은 금융감독원은 한달 반 만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것을 결정했다.

    1주당 액면가 5000원이던 주식이 211원으로 감자당했다. 총액으로는 3970억 원이 166억 원으로. 주식가치가 100분의 4로 줄어든 셈이다. 퇴직금이나 푼푼이 모아둔 쌈짓돈으로 샀던 경남은행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됐다.

    경남은행은 공적자금 3118억 원을 받고 최종적으로 독자생존은 물 건너갔고, 경남은행의 독자생존을 위해 참가했던 도민들은 극심한 허탈감에 빠져들었다.

    이어 2001년 3월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에 편입되고 2005년 10월 경남은행인수추진위원회가 발족됐다. 인수추진위는 2010년 경남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지역컨소시엄 입찰 의향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5월 30일 경남은행 인수추진위는 조직을 확대개편하고 경남은행 지역환원의 불씨를 지폈다. 인수위는 경남도민 1인 1경남은행 통장 갖기 운동을 펼쳤으며, 8월 23일 경남은행 지원환원 촉구 경남·울산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도민들의 열정으로 두 달 만에 108만 명이 서명이 참여했고 인수위는 이 서명지를 청와대 등에 전달했다.

    지난해 경남도민들의 경남은행에 대한 사랑은 눈물겹도록 애절했다. 도민들은 경남은행을 지역에 환원시켜 줄 것을 염원하면서 경남은행에 뜨거운 사랑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정부는 도민들의 염원을 저버리고 지난해 12월 31일 경남은행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BS금융지주를 선정했다.

    이에 도민들은 분개하고 경남은행을 사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경남은행 관리자들이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경남은행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태기로 한 것과 경은 노조가 부산은행 본점 앞에서 삭발투쟁을 할 때도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경남은행인수위는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해 정치권과 협력해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한 조세특례제한법 통과를 저지할 것을 결의하는 등 투쟁의 끈을 놓지 않았다.

    김재경·신성범 국회의원 등 도내 정치권도 적극 가세했다. 홍준표 도지사와 박완수 창원시장은 도·시금고를 빼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을 재천명하는 등 BS금융지주에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기업인들과 도민들도 통장해지 등을 고려하는 등 경남은행 지역환원 의지를 고수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남은행 노동조합과 정화영 경남은행장 직무대행은 21일 돌연 BS금융지주가 경남은행을 인수하는 데 협력하겠다는 협약서를 체결했다. 경남은행인수위원회는 물론, 경남도나 창원시, 도내 지역 사회단체 등과 사전 협의나 양해 없이 진행했다.

    경남은행은 2000년에 이어 어제 두 번이나 도민들의 뒤통수를 치면서 배신했다. 경남도민들은 2000년 경남은행으로부터 배신당한 일을 기억하고 있다. 배신의 아픔을 감내하면서 경남은행 지역환원에 동참했다.

    경남은행 노조와 관리자들은 도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또다시 저질렀다. 경남은행은 지금까지 2000년 12월의 잘못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지역은행인 경남은행에 대한 사랑 때문에 과거를 묻었지만 이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늦었지만 잘못을 회개하고 도민들의 경남은행 환원운동에 동참해야 경남은행이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이대승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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