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5일 (일)
전체메뉴

[기고]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회상- 강기묘(전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장)

  • 기사입력 : 2014-01-23 11:00:00
  •   



  • 전북 고창과 부안의 오리 사육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가 발병했다는 뉴스를 접하니 10년 전 일이 생각난다.

    2003년 12월 충북음성군에서 처음 발생한 전염병이 결국 양산시 관내의 양계농가까지 전파됐다. 당시 나는 농협중앙회 양산시지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경남도와 양산시 주관으로 축산관련 관계기관장 대책회의가 소집되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파견된 전문직원의 자문 아래 방역작업이 추진됐다. 살아서 파드득거리는 닭을 닭장에서 끄집어내어 자루 안에 집어넣는 일이 공무원 및 자원봉사자 등 일반인들에게는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이었다. 일당을 받고 동원된 아주머니들은 잘 처리하는 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지치고 인수(人獸) 간 전염을 우려해 돈을 주고도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었으며, 살아 있는 가축을 집단 생매장하다 보니 정신적 ‘트라우마’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인근 군부대에 협조를 요청해도 장병들의 건강을 염려한 지휘관들이 미온적이었다. 엄동설한의 추위 속에 24시간 검역소를 여러 곳에 운영하는 일은 주로 공무원과 농협직원들이 맡았는데 여간 고된 일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소독약도 기온이 5℃ 이하로 내려가면 약효가 없다고 했고 그마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실정이었다.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 됐는지 농협노조 고위 간부가 나를 찾아와 직원을 동원하지 마라는 경고를 하고 돌아갔다.

    행정당국에서는 협조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때라 진퇴양난에 고심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사실 무척 불안했다. 2차 환경오염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닭을 파묻을 장소를 물색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인간의 식탐을 채우기 위한 재료로 사육되다가 생매장되는 생명을 보고 이렇게밖에 할 수가 없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무력한 인간의 한계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고창의 저수지에서 집단 폐사한 겨울철새 가창오리도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발표됐다. 오리농장의 발병 원인이 무엇인지 좀 더 정밀하게 역학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겨울철새가 매개체라면 하늘에 금을 그어 통제할 수도 없고 높이 날아다니는 새를 어떻게 하겠는가, 난감한 일이다.

    우리 인간이 육류소비를 그만두지 않는 한 양축(養畜)은 불가피하고, 언제 창궐할지 모르는 조류인플루엔자 및 유제류(有蹄類)에 발생하는 구제역 같은 가축전염병의 예방에도 현재 인간의 지혜로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사육방법과 시설을 개선하고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예방활동에 농가와 관계당국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제 나는 편하게 집안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지만,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기르던 오리를 땅에 파묻고 애통해하는 농가와,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매서운 한파 속에서 불철주야 수고하는 공무원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리면서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사태가 조기 종결되기를 기원한다.

    강기묘 전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장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