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9일 (월)
전체메뉴

[가고파] 마술- 김호철 정치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2-06 11:00:00
  •   


  • 마술은 상식적인 판단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거나 기묘한 현상으로 보이는 트릭이나 환상을 자연적인 방법들을 사용해 공연함으로써 관객을 즐겁게 하는 공연 예술이자, 그 뒤에 숨겨진 기술이라고 한다. 마술의 효과에는 9가지로 분류된다. 생성, 소멸, 변형, 이동, 탈출, 공중부양, 심리·예언, 초능력 마술이다. 이 중 가장 손쉬운 마술은 생성과 소멸, 변형인 듯하다. 손에 비둘기를 가지고 있다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거나 또는 빨간 스카프로 바꿔놓는 것처럼 말이다.

    ▼오스트리아의 시인이자 극작가로 명성 높은 후고 폰 호프만슈탈(1874~1929)은 일찌감치 ‘정치는 마술이다’고 단언했다.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딱 맞아떨어지는 말이다. 선거 때 공약은 현실처럼 생성됐다 선거가 끝나면 감쪽같이 소멸되거나 아니면 다른 형태로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에서 유권자들을 가장 쉽게 속일 수 있는 마술 방법이랄까. 정치마술은 갈수록 더욱 지능적이고 교묘하다. 정말 아무리 봐도 상식적으로 판단이 안 된다.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역풍을 맞아도 지지도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고난도의 초능력 마술에 가깝다.

    ▼지난달 창원에서 열린 어느 정치인 출판기념회에서 사회자가 “마술과 정치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대뜸 물었다. 순간 머릿속에 공통점은 떠올랐다. 당연히 ‘속임수’였다. 그러나 차이점은 곧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사회자는 “마술은 속이겠다 약속하고 속이는 것이고, 정치는 속이겠다고 약속하지 않고 속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마술은 속을 준비가 돼 있어 즐겁지만, 정치는 그렇지 않기에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난다”고 했다. “아!” 하는 탄성이 나왔다.

    ▼6·4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여기저기서 대규모의 정치마술 공연이 준비되는 듯하다. 어쩌면 만성이 된 유권자들은 이미 속을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정치마술은 공연이 끝나면 잊어버릴 수 없는 고통을 두고두고 안겨준다. 정치는 마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호철 정치부 차장대우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