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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기자회견장의 살풍경 - 김진호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2-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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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전의 일이다. 2004년 5월 21일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에서 경남도지사 선대위 발족식이 열렸다. 6·5재보궐선거 경남도지사 후보로 선출된 임수태 후보의 필승의지를 다지는 행사였다. 창원병원 맞은편 한 건물에 있는 도당 사무실에는 권영길 당 대표를 비롯해 지역 시민단체 및 노동·농민단체 대표, 당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열기를 반영했다.

    ▼임수태 후보가 인사말을 위해 연단에 섰다. 그는 인사말을 하기 전에 눈시울을 붉혔다. 그동안 민노당이 수많은 집회와 행사를 했지만 오늘처럼 많은 기자들이 참석한 것은 처음 본다며 감격해했다. 당시 지방지와 방송사를 비롯해 통신사, 진보언론 등이 비좁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임 후보는 “지난 15년 세월을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해 달려왔다”고 그동안 정치역정을 소개한 뒤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후 많은 정치연설을 봤지만 임 후보의 이날 연설만큼 감동을 주는 연설은 들어보지 못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6일 도청에서 가진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회견 내용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거부하고 막말을 해 물의를 빚었다. 홍 지사는 이날 한 기자가 질문을 하려 하자 “질문은 받겠지만 시비는 받지 않겠다. 어떤 질문을 할 건지 먼저 말해보라”며 통역사에게는 “통역하지 말라”고 한 것. 이에 해당 기자와 다른 출입기자들이 항의하자 홍 지사는 공식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날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도지사 선거 출마를 접고 창원시장 선거에 나서겠다고 밝히고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아 눈총을 받았다.

    ▼기자회견은 언론사 기자들과 뉴스 가치가 있는 인물 간의 질의응답식 회합이다. 형식은 기자회견을 하는 인물이 먼저 연설을 하거나 브리핑을 한 다음 기자들이 질문을 하면 다시 그에 응답하게 된다. 홍 지사가 언론에 대한 사전검열을 통해 듣고 싶은 질문만 받고 하고 싶은 대답만 하겠다는 것과, 안 전 대표가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난 것은 도민의 알권리와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참석한 기자들과 나아가 도민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지방선거가 본격 시작되고 있다. 도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후보자는 유권자들이 표로 심판해야 할 것이다.

    김진호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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