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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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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문화유전자 지도(한국의 문화유전자를 찾아가는 여행)

이곳엔 곰삭음·정·해학·흥·어울림이 있다
한국인의 10가지 문화유전자 중심
여행기자들, 여행지 50곳 선정 소개

  • 기사입력 : 2014-02-2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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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과 인간은 닮아간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해 살아왔고, 자연은 인간에 의해 변형된다. 문화는 인간이 만들었다. 자연은 인간과 만나야만 문화가 된다. 따라서 문화는 인간의 것이다. 모든 문화에는 사람의 향기가 있다. 그것이 문화유전자다.

    이 같은 전제로 본다면 과연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는 무엇인가, 또한 한국인만의 문화유전자는 과연 존재하는가?

    최근 한류의 바람을 타고 세계인들은 한국인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어떠한 민족성을 지녔기에 이러한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가.

    한국국학진흥원은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보다 심도 있게 발굴하기 위해 일상과 세대 간 문화유전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근대화와 역동적인 산업화를 겪으면서 문화 트렌드적으로 가히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도 한국인의 문화유전자 상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것일까?

    한국국학진흥원은 이 같은 궁금증에서 지난 2012년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발굴, 선정했다. 이때 선정된 10대 유전자는 ‘곰삭음’, ‘정’, ‘자연스러움’, ‘공동체’, ‘어울림’, ‘해학’, ‘흥’, ‘예의’, ‘역동성’, ‘끈기’ 등이다. 반만년 동안 한국인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 면면히 흘러온 한국인의 얼과 체화된 생활양식 등 문화적 의미의 큰 물줄기를 갈무리한 것이다. 이어 한국 사람과 한국의 자연이 얼마나 닮아 있는지, 한국 사람이 한국의 자연 속에서 어떤 문화를 창조해 왔는지, 문화유전자 지도를 작성해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동시에 획일화되어가는 세계문화에 대해 생태적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이런 시대 요구에 따라 10가지 문화유전자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각각 5곳의 대표명소를 선정해 총 50곳의 여행에세이를 서울·경기, 충청, 전라, 강원, 경상, 제주 등 7개 권역으로 나눠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문헌을 통해 우리의 문화유전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우리의 문화유전자와 문화공간의 상관관계를 10개의 유전자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현직에 있는 여행전문 기자들의 시선으로 독자와 눈높이를 맞추면서, 할머니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편안한 문체와 어투로 한국인의 문화유전자와 문화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어렵고 무거운 학술적인 원류나 의미는 거둬들이고, 대중의 시각에 맞춰 한국인의 유전자를 찾아 떠나는 인문지리서의 성격이 강하다.

    본문을 보면,

    ‘어머니와 누이들이 물때에 맞춰 소쿠리와 호미를 들고 나가 바지락이며 미역 등을 채취해 오던 갯길인 남해 바랫길은 곧 고향이요, 어머니이며, 정이 듬뿍 담긴 생명의 길이라 할 만하다.’(정- 213쪽)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기보다는 그것을 천명으로 여기며 삶에 순응해 가는 장사꾼들의 하루하루가 스며든 곳, ‘떠도는 인생들의 정거장’으로 묘사했던 곳 화개장터.’(역동성- 230쪽)

    ‘타관 거지가 들어와도 1년은 놀고먹을 수 있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풍요로운 터전 하동 악양면 평사리. 소설 ‘토지’의 작중 인물들의 숱한 상처와 이를 에둘러 치유하는 인정의 연줄이 얽혀 있는 곳이기도 하다.’(정- 234·235쪽)

    책은 인문학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길잡이가 돼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인과 한국의 자연이 얼마나 닮아 있는지, 한국인이 한국의 자연 속에서 어떠한 문화를 창조하고 보존하며 지켜내 왔는지 엿볼 수 있다. 또한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여행문화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요즘의 여행은 예전과는 달리 도보여행, 무전여행, 미식여행 등 테마가 다양해졌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 문화유전자 지도는 감성 중심의 여행을 할 수 있는 지침서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고두현 등 7인 공저, 스토리하우스 간, 1만5000원


    정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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