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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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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자연사(自然死)- 조윤제 사회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3-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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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로부터 큰 불효(不孝) 중의 하나가 부모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태어나게 해 주시고,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재워주신 그 부모님과 마지막 대화를 나누지 못한 데다 급기야 영면에 드는 모습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은 정말 큰 불효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부모의 임종이 임박했다면 그 자식들은 불원천리 마다하지 않고 부모 곁으로 달려가 임종을 지키고 유언을 들으며 고별하는 것이다.

    ▼각종 사건사고로 연령고하를 불문하고 비명횡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요즘 임종을 지키는 게 자식만의 도리가 아닌 시대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말해 이제 부모도 자식의 임종을 지켜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교통사고, 의술의 발달 못지않게 새롭게 출현하는 질병, 날로 흉포화돼 가는 살인사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사건 등이 많아 가족의 임종을 차분히 지키기는커녕 불시에 비보를 접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통계청이 최근 밝힌 2013년 출생·사망통계(잠정)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사망자 수는 26만6500명으로 잠정집계됐다. 하루 평균 사망자 수는 730명이어서 우리 사회에는 1분58초마다 1명씩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중 90세 이상자는 2만5600명으로 나타났고, 0~9세 사망자도 2000명이나 있었으며, 부모 품에서 가족의 행복을 만끽하는 나이인 0~29세까지의 사망자도 무려 5900명에 이르렀다. 자녀의 임종을 지켜야 하는 부모들도 많다는 것을 통계청 자료는 보여준다.

    ▼우리는 얼마 전 학교의 방심과 사회 안전망 미비로 한 어린 장애아동을 영원히 잃어버렸다. 과학기술이 그렇게 발달해 곳곳에 CCTV를 달아놓았지만 실종 15일 만에 싸늘한 시신을 찾았을 뿐이다. 장애가 있는 아이가 길을 잃고 어두컴컴한 곳에서 사망까지 했으니 그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는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 이번 기회에 이런 일이 절대 반복되지 않도록 학교·교육청·경찰·행정당국·학부모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한다. 요즘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보면서 자연의 순리대로 늙고 세상을 떠나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조윤제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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