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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식스 포켓(Six Pocket)- 이학수 경제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3-0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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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위해 40만 원짜리 고가의 가방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아까울 게 없다. 이 같은 세태를 빗대 ‘식스 포켓(six pocket)’이란 말이 생겼다. 부모는 물론 조부모들까지 아이를 위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 현상이다. 자녀 하나를 위한 돈이 부모, 친조부모, 외조부모 등 6명의 주머니로부터 나온다는 뜻이다. 여기에 결혼 시기가 늦어진 30~40대 미혼 고모, 이모, 삼촌까지 가세하자 ‘에잇(8) 포켓’ ‘텐(10) 포켓’이란 말까지 나왔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하지 않거나, 취직을 해도 자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이들을 ‘캥거루족’이라 한다. 한때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겼지만 이젠 대수롭지 않게 여길 정도로 무덤덤해졌다. 요즘 새끼 캥거루는 학교 졸업을 미루고 해외어학 연수는 필수가 됐다. 캥거루 아빠의 부담은 더 늘었다는 얘기다. 물론 캥거루족이 되고 싶어서 되느냐는 항변은 일리가 있다. 저성장의 시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식스 포켓이나 캥거루족은 소득수준이 높아진 고성장과 일자리가 없는 저성장이 원인이자 결과다. 여기에 저출산이 겹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저출산율은 국가적 과제가 됐다. OECD 국가 중 수위를 다툴 정도다. 첫째·둘째·셋째 출생아 수는 평균 10%가량 줄었고, 30년 새 출생아 수는 1.4명가량 감소했다. 합계 출산율은 1.1∼1.3명 사이를 왔다갔다 할 뿐 1.3명의 벽을 뚫지 못하고 초저출산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초저출산 초고령화 시대에 능력 있는 부모, 능력 있는 조부모가 되지 않으면 자식한테, 손자한테 인기 없는 시대다. 우스갯소리로 연금도 많아야 자식한테 대접받는다. 건강 100세를 위해 자신에게도 투자해야 하고, 캥거루족 자식도 외면할 수 없다. 이 시대 ‘능력자’는 자신을 위해, 자식을 위해 끊임없이 지갑을 채우고, 지갑을 열어야 한다. 무능한 부모, 무능한 조부모는 점점 설 자리가 없다. 아들아, 40만 원짜리 가방을 못 사줘서 미안하다.

    이학수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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